캐나다 ‘잠수함 + 자동차 공장’ 패키지 제안에 한국 자동차 업계 난색 - 캐나다 정부, CPSP 잠수함 수주 조건으로 자동차 생산 유치 요구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 (사진출처=Getty)
(안영민 기자) 캐나다가 추진 중인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수주 과정에서 한국과 독일을 상대로 자국 내 자동차 공장 설립을 사실상 조건으로 내걸었다. 잠수함 조달을 계기로 자국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방산 계약을 지렛대로 대규모 민간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은 최근 토론토 연설에서 “근본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동차 공장”이라며, 독일·한국 측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졸리 장관은 “방위 조달을 활용해 자동차 부문 투자를 끌어오기를 원한다”고 언급하며 CPSP 사업의 산업적 이점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양국과 한국 자동차 부문의 제조 및 투자를 캐나다로 유치하기 위한 산업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는 잠수함 사업 수주를 발판 삼아 미래 모빌리티, 전기차 생산, 배터리 제조, 핵심 광물 관련 산업까지 협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등 한국 완성차 업계는 현지 공장 설립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캐나다의 요구는 현실적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과 멕시코 등 북미 지역에서 여러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며, 추가로 캐나다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는 대신 수소연료전지 인프라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지 시장 규모가 공장 설립을 정당화할 만큼 크지 않고, 미국 내 기존 생산 기지를 통한 공급체계가 확립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캐나다 정부의 요구는 잠수함 계약의 본질인 방산 기술과 공급 능력보다 관련 민간투자와 산업 보조 효과를 앞세우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지 언론과 업계는 캐나다가 잠수함 사업을 “경제 종합 패키지 딜”로 전환하려 한다고 평가하며, 특히 자동차 공장 유치는 경쟁국인 독일이 폭스바겐 등과 함께 제시하는 투자 조건과 비교되는 핵심 항목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가 한국 기업들에게 실제 설득력 있는 제안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캐나다 시장 자체가 비교적 작은 데다, 현대차 등은 이미 미국 내 대규모 생산 설비를 통해 캐나다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어, 추가 공장 설립의 경제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잠수함 수주전이 방산 기술 경쟁을 넘어 산업정책·무역 논쟁으로 비화할 위험을 안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정부는 한편 CPSP 수주를 위해 외교·국방 레벨에서 협의를 계속하고 있고, 2+2 회의 등 고위급 논의에서도 협력 확대를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잠수함 구매가 곧 자동차 공장 유치로 이어져야 한다”는 캐나다 정부의 입장은 수주 전략과 산업정책의 경계를 넘나들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와 정부는 현실적인 투자 여건과 시장규모 등을 근거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