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민 기자) 앨버타주 주민들이 내일(19일) 캐나다에 잔류할지,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구속력 있는 국민투표 절차를 시작할지를 결정하는 투표에 나선다. 앨버타가 캐나다에서 독립하는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과에 따라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관계는 물론, 퀘벡의 독립 논쟁과 캐나다의 국가 통합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앨버타 주민들은 1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지정된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유권자는 캐나다 시민권자이면서 투표일 기준 만 18세 이상이고, 앨버타에 통상적으로 거주해야 한다. 투표소는 선거관리기관인 앨버타 선거관리위원회(Elections Alberta)의 온라인 ‘Where to Vote’ 검색 도구(
https://map.elections.ab.c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거 당일에는 유권자에게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이번 주민투표에는 이민정책과 주정부의 권한, 공공서비스 이용 자격 등 여러 현안을 다루는 총 10개 문항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마지막 문항은 앨버타가 캐나다의 한 주로 남을지, 아니면 캐나다 헌법에 따른 독립 국민투표 절차를 시작할지를 묻는다. 따라서 독립 추진에 찬성하는 표가 과반을 얻더라도 앨버타가 즉시 독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후 법적 절차와 협상 등 추가 과정이 필요하다.
여론조사에서는 앨버타 주민의 약 70%가 캐나다 잔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독립 지지 세력은 연방정부의 에너지·기후 정책과 이민정책, 재정 이전 제도, 정치적 대표성 등을 둘러싸고 주정부의 권한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투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캐나다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가운데 치러진다. 이 때문에 앨버타의 선택은 주 차원의 정치적 쟁점을 넘어 캐나다의 결속과 연방정부의 대응 능력을 가늠하는 사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앨버타의 다니엘 스미스 주수상은 독립보다는 캐나다 잔류를 지지한다고 밝혀 왔으며, 이번 투표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독립 추진안이 부결되더라도 집권 통합보수당(UCP) 내부의 분리주의 세력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어 주 정치권의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
앨버타 선거관리위원회는 비공식 개표 결과를 투표 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공개할 예정이며, 공식 결과는 10월 29일 발표할 계획이다.
∎ 퀘벡도 독립 재추진…언어·문화 수호가 핵심퀘벡에서도 독립을 핵심 정치 목표로 삼아 온 퀘벡당(PQ)이 분리독립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 창당한 퀘벡당은 지금까지 두 차례 독립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1980년 투표에서는 독립 반대가 60% 대 40%로 우세했고, 1995년에는 독립 찬성이 49.4%에 그쳐 반대 측이 50.6%로 근소하게 승리했다.
최근 주의회 선거에서 소수정부를 구성한 폴 생피에르 플라몽동 퀘벡당 대표는 세 번째 독립 국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앨버타 분리독립 지지 세력과도 접촉했으며, 퀘벡당이 집권하면 앨버타가 독립할 경우 이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퀘벡이 연방정부의 재정균등화 지급금을 더는 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재정균등화는 연방 세금을 재원으로 주별 재정 격차를 보완해 전국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다. 앨버타는 주요 재원 부담 주인 반면 퀘벡은 최대 수혜 주여서, 이 제도는 앨버타 주민들의 오랜 불만 가운데 하나다. 다만 퀘벡은 앨버타산 원유를 자국 영토를 거쳐 캐나다 동부 해안까지 운송하는 송유관 건설에는 반대하고 있어 양측의 협력에는 한계가 있다.
퀘벡의 독립 논쟁은 프랑스어와 고유 문화를 지키려는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다. 영어권이 우세한 북미 사회에서 퀘벡의 언어·문화적 정체성을 보호하는 것이 독립론의 핵심 배경이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퀘벡의 제조업과 알루미늄·철강·목재 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독립을 둘러싼 경제적 부담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퀘벡 주민의 거의 절반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독립국보다는 캐나다의 일원으로 남는 편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플라몽동 대표는 미국 국무부 관계자들과 만나려던 워싱턴 방문 계획을 취소한 데 이어, 독립 국민투표 시점도 당초 예정했던 2028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이후로 늦췄다. 퀘벡의 소수정부가 야당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정치적 상황도 독립 추진의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