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근의 기자수첩) 10월19일 앨버타 주민투표(Alberta Referendum)
사진: 주민투표 책자에서 발췌
급격한 인구증가, 주정부도 책임 있다
우편함을 열어보니 수북하게 쌓인 전단지 사이로 주민투표 안내책자도 보였다. 전단지는 재활용 박스로 직행, 투표 안내책자만 갖고 들어와서 읽어보았다. 안내책자는 크게 이민관련 질문과 헌법관련 질문 두 가지로 나눠져 설명을 곁들였다.
이민관련 질문에는 지난 4년동안 앨버타 임시거주자들이 83,872명에서 292,462명으로 3배이상 늘어났다고 친절하게 도표까지 제시했다. 그리곤 장황하게 연방정부 이민정책의 난맥상을 지적하며 높아진 생활비를 비롯해 공공의료, 교육비, 기타 사회서비스 비용 과부하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 결과 시민권자, 영주권자의 취업기회가 박탈당하고 주거환경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민관련 정책은 연방정부 소관이니까 그 동안 무분별하게 이민문호를 개방한 연방정부 책임이 크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특정국가 이민자가 급격히 늘어나 연방정부 이민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앨버타 정부는 책임이 없을까? “Alberta is calling”이라는 캠페인으로 다른 주에 사는 기술직, 기능직 자원을 앨버타로 불려드린 장본인이 바로 현 UCP 정부다. 주정부는 “낮은 세금, 적정한 주택 가격, 삶의 질”을 강조하며 앨버타 이주를 권유했다.
그 캠페인은 5천 달러 이주비용을 제공하는 유인책도 곁들였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2022년 하반기부터 2024년까지 다른 주에서 앨버타로 유입된 순이동자는 약 10만명에 달한다. 불과 1-2년전만 해도 수천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앨버타로 오라” 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인 주정부가 인프라부족과 과부하 책임을 비 영주권자, 임시거주자에게 돌려 비용을 부과하거나 이민 제한투표를 추진하는 것은 정당한 일인가? 앨버타 주정부가 급격한 인구증가를 연방정부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시거주자를 희생양으로
안내책자는 또한 임시거주자들 의료 및 교육 비용이 1년에 10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면서 이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의료보험료와 교육비용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묻고 있다. 이 질문에서 주 정부의 의도가 읽혔다. 2년전 교사파업때에도 앨버타 교육투자가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주정부의 인색한 교육투자가 파업의 한가지 원인이었다.
2025년 K-12(유치원-초, 중, 고) 공교육 예산은 99억달러로 전년도 대비4.5% 인상되었으나 인구유입과 물가상승률 합산기준 7.3%에는 턱없이 부족해 실질적으로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2026년 예산은 다소 증액된 108억 달러) 프레이져 연구소와 교사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앨버타의 학생 일인당 교육비는 13,934달러로 전국 최하위다. 전국평균은 16,579달러로 평균보다 16% 낮다. 교사 1인당 학생수는 17명으로 전국 평균 12명을 크게 앞서 학급 과밀화가 심각한 문제다.
1인당 공공의료 지출도 6,134달러로 전국 하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개인부담이나 사보험으로 지출되는 의료비는 1인당2,852달러로 전국 최고수준이다. 이것이 캐나다 최고 부자 주의 공교육, 공공의료 실체다.
이번 주민투표에서 주정부는 과부하가 걸린 공교육, 공공의료, 주택난의 책임을 사회적 약자인 임시거주자에게 돌렸다.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사회적 경제적 위기에 분노한 민심을 잠 재우려 사회적 약자를 희생양 삼는 경우는 역사에 흔하게 있는 일이다.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이나 나치의 소수자 박해가 그런 경우다.
앨버타 주정부가 일본 제국주의나 나치처럼 사악한 정권은 아니지만 인프라 미비나 물가상승, 열악한 주거환경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려우니까 세력이 약하고 저항이 어려운 소수자, 이주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책임을 돌려 사회적 분노를 정부가 아닌 특정집단에게 돌린다는 똑 같은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라
성경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돌보라고 가르치고 있다. 성경은 사회적 약자를 고아, 과부, 이주자(나그네, 떠돌이)로 표현하는데 출애굽기, 신명기, 레위기를 비롯해 이사야, 예레미야, 아모스 등 예언서에서도 반복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라 고 가르치고 있다. 룻기와 신명기에도 곡식을 추수할 때 일부는 밭에 남겨 고아 과부 나그네들이 주워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사야 선지자는 말하고 있다. “헛된 제물 헛된 제사에 질렸고 구역질이 난다” 고, “아무리 빌어보아라 듣지 않겠다” 고. 야훼 하나님은 그 분노를 이사야 입을 통해 말하고 있다. “피투성이 손을 씻고 악한 행실을 멈추라. 그리고 억눌린 자를 풀어주고 고아의 인권을 찾아주고 과부를 두둔해 주라.”고.
이는 사회적 불평등과 어려운 생활 속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공동체의 도덕적, 신앙적 기본 임무임을 가르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앨버타 주정부가 추진하는 주민투표안은 인프라 부족과 주택난, 공공서비스 과부하라는 구조적 문제의 책임을 정당한 세금을 내며 지역 사회를 뒷받침해 온 임시거주자(이주노동자, 유학생)에게 전가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실책과 투자 미흡으로 발생한 부담을 가장 권한이 없고 취약한 체류 신분의 이주민들에게 지우는 것은, 성경이 경고하는 “나그네의 재판을 억울하게 하고 약자를 희생양 삼는 부당함” 과 다를 바 없다. 참된 공의는 불평등을 약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과 형평성을 바탕으로 함께 책임을 지는 공동체적 연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한인사회, 한인 교회에 드리는 말씀
오는 10월 19일, 우리 삶의 터전인 앨버타 주에서 이민 및 임시거주자 대상 보건, 복지 서비스 정책을 포함한 주민투표가 실시됩니다. 주정부는 인프라 과부하와 재정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그 세부안에는 취업비자 소지자, 유학생 등 임시거주자들의 필수 의료, 교육 접근을 제한하거나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안건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임시거주자들은 이 사회에서 투표권도, 신분적 안전망도 없는 가장 취약한 '나그네'들입니다. 우리에게는 구조적 어려움의 책임을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하는 부당함에 반대하고 이들의 권익을 지켜줄 도덕적 의무가 있습니다. 아훼 하나님은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을 기억하라.”고 하십니다.
우리 한인 공동체 역시 한때 이 땅에 첫발을 디딘 이주민이자 나그네였습니다. 이미 소득세와 지방세를 성실히 납부하며 이 지역 사회의 필수적인 노동과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유학생과 이주노동자들에게 이중의 부담과 차별적 장벽을 세우는 것은 이웃 사랑의 계명에 어긋납니다.
참된 공의는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 아닌 연대입니다. 주택난, 의료 대기시간 증가, 교육 인프라 부족은 정부의 장기적 정책 및 투자 미흡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사회적 발언권이 없는 임시거주자들에게 돌리는 것은 공의롭지 못합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공의는 불평등과 책임을 약자에게 덮어씌우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운 제도 개혁을 위해 사회가 함께 책임을 분담하는 것입니다.
투표권은 단순히 개인의 이익이나 집단 이기주의를 구하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사회적 책무이자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서 정의를 세우는 거룩한 도구입니다. 10월 19일 투표장에 나아가실 때, 신분적 한계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웃과 이주자들의 현실을 기억해 주십시오.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가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약자를 포용하고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입각하여 한 표를 행사해 주시기를 간곡히 권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