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당이 던진 2개의 시한폭탄 노년연금 확대 지급과 공급관리제도 보호 _ 오충근이 기자수첩)
NDP 당 대표가 자유당과 정책연대 결별을 선언하자 보수당은 기다렸다는 듯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NDP는 보수당 행보를 냉담하게 대했다. NDP가 추진하는 Phmacare Dentalcare 예산을 보수당이 삭감한다는 이유로 불신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보수당은 NDP 싱 대표를 “사기꾼”이라고 몰아세웠다.
보수당의 불신임 시도는 두 번 모두 소득없이 빈손 털어쥐고 돌아섰다. 불신임이 가결되어 조기총선을 치르면 지지율이 앞서는 보수당이 집권하는데 정치성향이 정 반대인 보수당 집권을 NDP가 도와줄수는 없다. 블록 퀘베쿠아(Bloc Québécois: 이하 퀘벡당)도 자유당과 노년 연금 인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중이라 보수당의 불신임안을 찬성할 수 없었다.
보수당 주도의 성급한 불신임 시도가 두 번 모두 소득없이 끝나자 이번엔 퀘벡당이 나섰다. 노년 연금 인상과 공급관리제도 보호를 제안하며 자유당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기일까지 못 박았다. 10월 29일 까지.불신임 캐스팅보드를 쥐고 당의 정책을 실현시키겠다는 의도다. 정치 분석가들은 퀘벡당의 제안을 전략적으로 보고 있다.
퀘벡당이 제안한 노년 연금 인상과 유제품 공급관리제도는 어떤 내용일까?
노년 연금 인상은 원래 7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했으나 퀘벡당이 제안한 65세-74세 노인의 노년 연금(OAS) 10% 인상으로 확대해 더 많은 노인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목적으로 보수당과 NDP의 지지를 받았다. 자유당이 망설이는 이유는 재원 염출이다. 연간 약 30억 달러의 추가 재원이 필요해 5년동안 약 16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유제품 공급관리제도 보호는 그동안 자유당의 북미 자유무역협정이나 유럽과 FTA 협정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로 볼 때 공급관리제도는 자유당도 퀘벡당과 궤적을 같이 한다. 퀘벡당이 불신임과 연계하여 자유당에 공급관리제도 보호를 제안한 이유는 공급관리제도의 영행을 받는 농가의 대부분이 퀘벡, 온타리오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퀘벡과 온타리오는 자유당으로서도 중요한 곳이다. 자유당은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노년연금 (O.A.S.)
노년 연금은 65세 이상에게 지급하는 연금으로 18세 이후 캐나다에 거주 기간에 따라 차등지급된다. 최소 10년 거주해야 연금 수혜 대상이 된다. 최대 40년 혹은 그 이상 거주했을 경우 65세-74세 경우 $685.50(2022년 10월-12월 기준) 받을 수 있으며 75세 이상은 $754.05 받을 수 있다. 가령 캐나다 거주 기간이 10년이면 최대 연금 액수의 1/4을 수령할 수 있다.
자유당은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노년 연금 10% 인상을 발표했으나 퀘벡당은 65세-74세 노인의 노년 연금(OAS) 10% 인상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더 많은 노인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목적으로 보수당과 NDP의 지지를 받았다. 자유당이 망설이는 이유는 재원 염출이다. 연간 약 30억 달러의 추가 재원이 필요해 5년동안 약 16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자유당이 퀘벡당의 제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까?
공급관리제도
캐나다 모든 농산물의 유통은 마케팅 보드(Marketing Board: 유통위원회)의 통제를 받는다. 그중에서 가금류 및 유제품은 공급관리제도를 따른다. 가금류는 육계(식용 닭), 산란계(알 낳는 닭), 달걀, 칠면조 4부분으로 나누고 낙농부분은 캐나다 낙농위원회가 있어 다른 마케팅보드 보다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급관리제도는 생산자의 적정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가금류는 1968년 처음 도입된 후 몇 단계를 거쳐 1972년 농산물 유통 에이젠시 법(Farm Products Marketing Agencies Act)이 제정되었다. 가금 농가의 가격 불안정, 낮은 소득, 낮은 시장 진입을 회복하고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입법되었다.낙농은 1966년 낙농위원회법(Canadian Dairy Commission Act)이 제정되어 우유 가격 결정(주 별로 마케팅위원회에서 결정), 생산 쿼터 결정(연방 캐나다 낙농위원회에서 결정)하고 공동 판매 공동 정산 결정, 원유의 구매와 판매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공급관리제도는 어떻게 운용되는가
공급관리제도는 50년 동안 캐나다 낙농업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 주었다. 이 제도는 생산관리, 가격결정, 수입통제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생산관리: 각 상품의 생산량을 결정한 다음 각 주마다 생산량을 설정한다. 제품을 판매하려면 농부는 쿼터(정해진 양까지 생산할 수 있는 할당량)를 배정 받아야 한다. 이 쿼터는 낙농 가격의 하락으로 농가 소득을 침체시키고 붕괴시킬 수 있는 시장 과잉생산을 예방한다.쿼터는 무료로 배정되지만 시장 가치로 환산할 때 2015년 기준 쿼터의 가치는 320억 달러에 달한다.
가격결정: 생산자(농부)는 제품의 최저가격을 보장 받는다. 주 정부 유통위원회를 통해 최저 농장 출하가격을 협상한다. 낙농가에서는 최저가격 보장이 공급관리가 올바른 균형을 이룬다는 증거로서 낙농산업을 규제 해제한 뉴질랜드, 호주의 우유 소매 가격을 지적한다. 호주의 주요 도시의 우유 가격은 규제 완화후 3년동안 리터 당 27센트, 상승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유제품 수출국인 뉴질랜드에서는 유제품 가격이 캐나다 보다 높다.그러나 공급관리제도를 비판하는 계층에서는 캐나다인들이 공급관리 제품에 대해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이 제도는 농민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 최저가격을 시장 가격 보다 높게 산정하기 때문이다.
수입통제: 공급관리제도 하에 있는 농가 보호를 위한 수입통제는 고율의 관세에 있다. 고율의 관세 부과로 시장 가격이 올라 외국에서 수입되는 유제품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다. 즉, 국내 총 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물량은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지만 10% 이상의 물량에 대해서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의 협정인 환태평양 동반자협정(TPP)에서는 연간 우유 생산량의 3.25%까지 수입 쿼터를 허용했다.관세 면제율 10%는 관대한 편에 속한다. 미국의 관세 면제율은 2.75%, 즉 시장 생산량의 2.75%에 한해 관세가 면제되고 유럽의 관세 면제율은 0.5%다.
예를 들어 치즈는 쿼터를 초과할 경우 최대 245%의 관세가 부과된다. 버터는 298%의 관세가, 우유 및 기타 유제품은 약 200%의 관세가 부과된다.
높은 관세는 국내 농업 시장을 보호하고, 특히 작은 규모의 낙농업자들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공급관리제도의 문제점
공급관리제도는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캐나다가 갖고 있는 모순 중에 하나다.
시장 개입: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에서는 가격 결정이 시장의 자율적 조정에 의존하는 반면, 공급관리제도는 정부의 개입으로 시장을 조절하여 가격과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유지한다.
경쟁 제한: 자유무역은 자유 경쟁의 원칙을 지향하지만, 공급관리제도는 수입을 제한하여 국내 산업을 보호한다.
이는 국제 경쟁을 제한하여 자유무역의 기본 정신과 위배된다.
소비자 비용: 공급관리제도에서는 경쟁이 제한되므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격으로 낙농제품을 사야 하며, 이는 자유무역의 기본정신인 가격인하로 인한 소비자 이익에 배치된다.
공급관리제도 비평가들은 수천만 캐나다인들이 수만 명의 낙농가에 이익을 안겨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급 관리는 우유, 닭고기, 달걀 및 이들 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다른 제품에 지속적으로 더 많은 돈을 지불하도록 함로써 3천5백만 캐나다 소비자 모두를 힘들게 한다.“
자유무역협정과 공급관리제도
공급관리제도는 북미자유무역협정과 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서도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트럼프전 대통령 변덕 때문에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이 USMCA(미국 멕시코 캐나다 무역협정)으로 바뀌어 재협상 할 때도 낙농제품은 가장 난해한 협상으로 트럼프를 화나게 했고 미친 황소처럼 좌충우돌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월 스트리트 저널은 다음과 같이 썼다.
”유제품 교역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려는 양국의 회담은 지난 달 31일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이번 주에 협상을 계속하기로 한 채 끝났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성명을 내고 캐나다가 미국이 협상에서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농업 분야에서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는, 정부가 우유 가격을 책정하고 국내 생산자들에게 쿼터를 부과하는 캐나다의 낙농 시장을 지배하는 복잡한 ‘공급 관리 시스템’ 때문에 미국 낙농업자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시스템의 일환으로, 캐나다가 유제품 수입을 제한하고, 그 한도를 초과하는 제품에 대해 200% 이상의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낙농 보호주의를 수치스럽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가장 적대적인 정치인 중 한 명인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마저도 이 점에 관한 한 트럼프 대통령과 뜻을 같이한다. 쿠오모 주지사는 지난 해, 치즈 제조에 사용되는 고단백 농축물인 유당제거 우유 제품의 미국 수출을 차단하겠다는 캐나다의 결정이 ‘명백한 국제 무역 협정 위반’이라며 맹비난하는 편지를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캐나다의 시스템이 시장 접근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가격을 왜곡한다고 말한다. 미국우유생산자협회(National Milk Producers Federation)의 제이미 카스타네다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캐나다의 낙농 문제를 해결할 것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미국 낙농업계는 이번 NAFTA 협정이 미국의 수출을 저해하는 캐나다 낙농 정책을 다루는 협상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농제품에 대해 관세 장벽을 낮추고 시장을 개방해 미국 낙농가와 공정한 경쟁을 하자고 압박했으나 캐나다 입장에서 이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의 낙농 제도는 농민과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의 공급 관리 체계를 없애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천명했다.
정치적으로 큰 힘을 갖고 있는 낙농가 보호뿐 아니라 미국 낙농가를 괴롭히는 것은 캐나다의 공급관리제도가 아니라 과잉생산, 과잉경쟁 때문이다. 위스콘신 주 농가가 보유하고 있는 소 가 캐나다 전체의 소보다 많다는 통계가 있는 만큼 위스콘신이 생산하는 넘쳐나는 유제품 때문에 미국 낙농가에서는 오히려 캐나다의 공급관리제도를 부러워하고 있다.
C.D Howe Institute 선임 연구원은 “공급관리제도를 철폐한다면 위스콘신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유제품이 캐나다를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면서 이 제도가 유제품의 가격 안정을 유지하고 현재 세계 시장을 괴롭히고 있는 낙농 과잉 문제에 캐나다까지 가세하는 것을 그나마 막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장 개방 확대가 반드시 자유 무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이 공평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캐나다 정부가 오래동안 굳어진 낙농산업에 대한 정부 개입 관행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제무역과 정치에서 말하는 공정과 공평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