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밖에선 캐나다인으로 대우 못받아” - 캐나다 영주권자들 불만 속출…해외서 PR카드 분실 시 귀국 불능, 응급 여행 서류 너무 복잡
수십년간 세금 내고 신분 확실해도 5년마다 갱신해야… “미 그린카드처럼 유효 기간 10년으로 늘려야”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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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 기자) “종종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손님 같은 느낌이 들어요.”, “캐나다에서 40년 이상 살았는데도 해외에 나가면 캐나다인으로서 전혀 대우 받지 못합니다.“
캐나다의 한인 영주권자들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진 않았어도 캐나다인이라는 자긍심를 갖고 생활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외부인이라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중 하나로 5년마다 갱신해서 신분을 유지해야 하는 PR 카드를 꼽는다.
특히 해외로 떠나기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이 PR 카드다. 유효한 이 카드를 소지 못하면 출입국 자체가 불가능해서다. 캐나다 국민으로서 경제 성장에 오랜 세월 기여했어도 5년짜리 신분증이 발목을 잡고 있다.
캐나다 영주권자들이 해외 체류 중 영주권 카드(PR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할 경우, 귀국이 지연되며 경제적·심리적 피해를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캐나다 정부의 비효율적인 응급 서류 처리 시스템과 외주업체의 불투명한 업무 절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캐나다 한인 최대 온라인커뮤니티인 캐스모에는 PR 카드가 만료됐거나 분실해서 캐나다로 제때 돌아오지 못한 사례들이 종종 올라온다.
한 유저는 급하게 한국에 갈 일이 생겼는데 PR 카드를 분실했다며 도옴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는데 ‘응급 여행 서류(Permanent Resident Travel Document)’를 발급받아 귀국할 수 밖에 없다는 답변에 난감해했다. 서류 신청과 수령까지 2주에서 수 개월까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저는 한국에 머물다 캐나다로 귀국하려는데 PR 카드가 만기된 것을 알았다고 전하며 급하게 PRTD를 신청한 사연을 공유했다. 그는 혼자서 신청 양식을 다운받아서 작성해 봤는데 서류의 빈칸을 채워야 하는 내용이 너무 많고 첨부 자료가 많아 결국 이민 관련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최근 CBC는 영국 국적의 캐나다 영주권자 헬렌 보밧이 멕시코에서 PR 카드를 도난당한 후 수 주 동안 귀국하지 못했던 사연을 보도했다. 그녀는 PRTD를 온라인으로 신청했으나, 첨부서류 용량 제한으로 인해 시스템 자체가 접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캐나다 이민국(IRCC)이 문제를 인지하고 개입한 후에야 귀국이 가능했다.
이후 CBC에는 유사한 경험을 한 영주권자 수십 명의 제보가 이어졌는데 이들은 시스템 오류, 외주업체의 비효율적인 문서 처리, 귀국 시도에 대한 거절 등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 돌아오기 위한 유일한 길은 ‘우회로’
현재 캐나다 영주권자는 해외에서 PR 카드 없이 비행기를 탈 수 없다.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응급 여행 서류(PRTD)’를 신청해야 하지만, 접수부터 발급까지 수 주에서 수 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법무 전문가 로렌스 웡은 이를 “일방적이며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웡은 “PRTD는 신청자가 자료를 제출하면 이민국이 일방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구조로, 소통이 전혀 없다”며 “지역에 따라 발급 소요 시간도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대안은 미국을 경유해 육로로 입국하는 방식이다. 그는 “PR 카드를 소지하지 않았더라도 영주권자는 신분증 없이도 입국이 보장된다”며 “캐나다 영토에 들어서면 영주권자의 입국을 거부할 수 없는데 이 사실을 캐나다 정부는 널리 알리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온타리오 미시소거에 거주하는 한인 A씨는 한국 방문 중 PR 카드를 분실해 미국 LA를 거쳐 버팔로로 이동한 뒤 택시로 국경을 넘었다. A씨는 eSTA를 발급받아 미국에 입국했고 캐나다 국경으로 들어오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 “해외에선 캐나다인이 아닌 취급”
푸남 맥멀린은 멕시코에서 PR 카드를 분실한 뒤 귀국하지 못한 채 리조트에 발이 묶였다. 그녀는 “영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지만, 항공사 측이 캐나다 정부 지시에 따라 탑승을 거부했다”며 “자국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귀국을 기다리는 5주 동안 그녀와 남편은 숙소 연장, 업무 공백, 애완견 위탁, 통신비, 연체 요금 등으로 인해 4만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았다.
비슷한 사례의 웨이 유는 “PRTD 신청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됐지만, 외주업체인 VFS Global을 통한 여권 송·수신 과정이 무질서했다”며, 수백 통의 이메일과 통화에도 ‘처리 중’이라는 답변뿐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그는 VFS 고위 임원에게 직접 연락한 후에야 여권을 회수할 수 있었다.
로라 앤서니는 영국에서 임종을 앞둔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급히 출국했지만, 귀국이 지연돼 장례식 이후에도 캐나다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녀는 “PR 카드 갱신 승인 이메일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항공편 탑승이 불허됐다”며 “고인을 제대로 보내드리지도 못하고, 크리스마스도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 구조적인 시스템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현 시스템이 영주권자에 대한 기본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청자는 PRTD 접수를 위해 수십 페이지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일방적이고 비효율적인 대응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육로 입국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음악가 사스키아 톰킨스는 유럽 공연 중 PR 카드를 분실했지만, 지역 하원의원(MP) 사무실의 도움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그녀는 “정부의 안내만 따랐다면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캐나다 시민권자가 아닌 영주권자에게 이처럼 심각한 제약이 가해지는 구조는 개선되어야 한다”며 “디지털 시스템의 현대화와 대체 수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구조적인 문제 중 하나로 PR 카드 유효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타리오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B씨는 “30여 년을 장사하면서 매년 국내에서 세금 신고를 했고 자녀들의 직업이 확실함에도 거주 신분을 보장 받기 위해 5년마다 신분증(PR 카드)을 갱신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여권 갱신이 10년이듯 PR 카드도 10년으로 유효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영주권자 신분을 증명하는 그린 카드의 유효기간은 10년이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베트남, 체코 등 대부분 국가의 영주권 카드도 10년 만기로 돼 있다.
PR 카드에 대한 임시 서류 발급 제도가 없는 것도 불만 요소다.
앞서 언급한 한인 유저처럼 급하게 해외를 나가야 하는데 PR 카드가 만료될 경우 임시 영주권카드를 발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운전면허증과 보험증처럼 카드가 정식으로 발부되기 전에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임시 서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 그린 카드가 만료됐으면 출국 전에 이민국에 ADIT Stamp(임시 영주권 증명서류)를 신청해 발급받을 수 있다. 이 서류는 1년 간 유효하다. 여권 분실의 경우 한국은 긴급여권(사진부착식 단수여권), 캐나다는 임시여권을 하루 만에 발급받을 수 있다.
일부 한인의 경우 캐나다 정부가 영주권자로 인정하는 eCoPR(Electronic confirmation of permanent resident)를 지참해 출국과 캐나다 입국에 성공한 경우가 더러 있지만 캐나다 정부는 PR 카드와 PRTD 두 가지 서류만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CN드림은 이 같은 여러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영주권자들의 불만을 캐나다 정부가 얼마나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어떤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인지 이민국에 질의했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캐나다는 전세계에서 4번째로 한국의 재외동포가 많이 사는 나라로, 2023년 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캐나다에 24만7362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중 영주권자는 7만566명이다.
Iv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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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0 15: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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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오류가 있네요.
영주권이란 비자 없이 체류를 허가한다는 하나의 증명서같은 서류입니다. 캐나다인이 아닌 외국인으로 캐나다인으로서의 어떠한 지위나 보호의 의무가 없는 장기 체류 외국인으로 간주하죠. 이것은 어느나라나 마찬가지겠죠. 그 나라의 국민이 아니니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죠.
유효기간은 20여년전 신설된 제도로, 이전엔 유효기간이 없었으나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이 나와 변경됐다는 이유도 하나의 사례로, 기존의 기득권을 갖고 이를 편법등 악용 한다면 앞으로 어떤 사항이 더 강화될지 알 수 없는바, 최대한 법과 양심을 지킨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언젠간 편의를 위해 완화가 될 날이 올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만 영주권 카드의 유효기간 만료나 분실시의 임시 서류의 발급은 조금 더딘듯 하다 생각합니다. 다만 영주권 카드를 여권과 같은 수준으로 생각해야 하나 다수의 사람들은 부수적인 신분증으로 생각한다는 문제입니다.
한국을 예로 여권 분실시 긴급여권 발급이 아주 빠르지만 2번 이상의 분실시 발급시간이 길어지고(2주이상 걸리기도) 유효기간이 확연히 짧아지며, 심지어는 발급에 제한이 생기기도 하므로 의원들의 입법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는등 외국인에게 우호적인 의원을 통한 법개정이나 행정절차 간소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찾아보는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듯합니다.
푸른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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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0 1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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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시민권자만큼 중요한 사회구성원인 영주권자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갖고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손질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분명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도 아주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고 이로 인해 영주권자들이 자괴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적시했습니다.
영주권자가 시민권자와 달리 캐나다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제도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소외감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PR 카드에 대한 규정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