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 여파…캐나다 에너지주 일제히 급락
중질유 경쟁 부각에 투자심리 위축…유가 상승에도 주가는 최대 7% 하락
북미 유가는 주말에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된 후 월요일에 1% 이상 상승했지만 캐나다 에너지 기업들의 주식은 급락했다.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소식이 전해지자 캐나다 에너지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 정상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중질유 중심의 캐나다 석유업계가 중장기 경쟁 압박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눌렀다는 분석이다.
5일 북미 원유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58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전 거래일 대비 1.7% 상승하며 마감했다. 지정학적 불안이 유가를 끌어올렸지만, 가격 수준은 1년 전보다 약 15달러 낮아 여전히 부담이 적은 편이다.
반면 캐나다 증시에서는 에너지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토론토증권거래소(TSX) 에너지 지수는 장중 4.5% 하락했다가 소폭 회복해 3.5%로 장을 마감했다. 대형 에너지 기업 주가도 일제히 밀렸다. Suncor Energy는 약 4% 하락했고, Cenovus Energy와 Canadian Natural Resources는 각각 약 7% 급락했지만 장 후반에 일부 손실을 회복했다. 한편 엑손모빌(XOM)과 셰브론(CVX) 등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 석유의 ‘복귀 가능성’이 캐나다 업계에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캐나다 서부에서 주로 생산되는 오일샌드 원유와 유사한 중질유를 생산한다. 미국 걸프 연안 정유시설은 이 같은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돼 있어, 베네수엘라 생산이 회복될 경우 캐나다산 원유와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다. (본지 2026년 1월 5일자)
배스킨 웰스 매니지먼트의 배리 슈워츠 최고투자책임자는 “베네수엘라는 캐나다와 유사한 유형의 막대한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향후 생산 확대 가능성 자체를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주가 급락이 과도한 반응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제재와 투자 부진으로 노후화된 베네수엘라 에너지 인프라를 재건하려면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슈워츠는 “석유는 생산뿐 아니라 운송과 정제까지 비용이 많이 드는 자원”이라며 “실질적인 공급 증가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RBC 캐피털 마켓츠의 애널리스트 그렉 파디도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을 하루 300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시키려면 안정적인 안보 환경을 바탕으로 매년 약 100억 달러를 수년간 투자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해 생산량은 하루 약 90만 배럴에 그쳤다. 1970년 정점 당시 하루 370만 배럴을 생산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위축된 수준이다. 미국의 개입 이후 생산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현실화까지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에너지주 약세에도 불구하고 이날 북미 증시 전반은 상승세를 보였다. 지정학적 변수 속에서도 투자자금이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면서 시장 전체 지수는 오히려 오름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