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 여행_2) 귀소 여행
여행을 하면서 마음의 사진을 찍습니다. 달리는 차량에다 초점을 맞추면 주변풍경이 흐려지고, 주변에만 초점을 고정해 버리면 주체가 흐릿하여집니다. 나(自身)라는 초점이 전체를 투명하게 살피기는 어짜피 틀린 일입니다. 이번 여행은 이 객관적 사실을 보도하는 자료수집 여행이 아..
기사 등록일: 2007-05-01
귀소 여행_2) 얼굴들
십 수 년 까마득히 잊고 있던 얼굴과 오늘 마주 쳤습니다. 밤늦어 피로한 지하철에는 신문지 조각들로 어지렵혀 있습니다. 띄엄띄엄 객소들이 들어선 거리를 지나쳐 마지막 정거장에서 몇 번 마주쳤던 그 사람입니다. 저 체념이 역역한 때꾼한 눈하며 일그러진 입이며, 아! 이제 알겠습니다..
귀소 여행_1) 아, 대한민국
몇 십 년 만에 상면한 서울은 꽤나 국제적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선 그 규모에서 우리의 종래의 상상이나 실용을 뛰어 넘는 급격한 변화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시대나 한 사회의 변화에는 정신문화적 면도 있지만, 먼저 주목 되는 것은 항상 물질적인 측면입니다. 그러나 서울의..
귀소 여행_ 통일의 출발점
철원의 들판 저쪽, 철의 삼각지대 그 어느 고지에 나는 서 있습니다. 희끗희끗한 나이가 되어서 돌아온 내게 산야는 오랜 상흔을 들어내 보이고 있습니다. 이념싸움에 휘말려 우린 서로의 얼을 짓밟으며 사방을 치달았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면서 좌우익이 되어 서로 미워하고 악을 쓰며..
기사 등록일: 2007-04-28
귀소 여행_ 도시의 봄
뒷산 숲속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통통하게 부푼 꽃망울들이 아슬아슬하다 싶더니 엊그제 마침내 꽃을 피워 냈습니다. 한차례 비를 신호로 숲은 변신을 시작하였습니다. 겨우내 움츠렸다가 때 맞추어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남보다 먼저 피는 꽃들이 있습니다. 잎이 돋기도 전에 서두르..
귀소 여행_ 예수님의 한국주소
심장부 서울을 관통하는 지하철 5호선에 환승하려면 먼저 6211번 시내 버스부터 타야 합니다. 언제인가는 개발될 것을 소원하고 있지만 당장은 잊혀 버려져 있는 변두리란 말이지요. 거기 빼곡히 늘어선 상가들 속에서 특별히 눈에 많이 띄는 것이 교회입니다. 내가 서울에서 직장인이었던 19..
귀소 여행_ 4월의 새 출발
당신들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4월에 하는 것이기에 더욱 축복받을 일입니다. 힘들고 긴 겨울을 기다린 당신들이기에 봄은 단연 당신들의 것이어야 합니다. 봄비 맞아 싹틔우는 삶에 무엇이 부족하겠습니까? 당신들은 어른들의 더러움과 비겁함이 없이 당당히 살 수 있어야 겠습니다. 올 ..
귀소 여행_ ‘까끔마을’에서의 농촌체험
녹슬어 벌겋게 단 도심(都心)을 견디다 못해 무작정 뛰쳐 나왔습니다. 남도의 구례군, 지리산 자락 어디엔가 깊숙하니 주변 산세에 썩 잘 어울려 박혀있는 산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아!, 감탄 한번 제대로 할 사이도 없이 대강대강 추스르고 밖에 나와 보니 심심산중 기온은 아직도 한 겨울..
귀소 여행_ 길(道)길(路)
동해와 설악으로 가는 길을 서두르며 나는 많은 것을 잃는다는 생각 이었습니다. 아차! 놓친 길은 먼 길로 돌아야만 했고 산천을 찾아가는 길에서는 곁눈질 한 번 못하고 앞만 보며 달리는 길이었습니다. 인간들이 떼지어 살고 있는 서울에서나 어디에서나 이제는 땅 딛고 내발로 걷는 사람..
귀소 여행 _ 집단 타락 증후군
도시에는 길이 많이 나 있습니다. 그러나 걷고 싶은 길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선뜻 마음 내키지 않는 까닭이 있습니다. 몰지각한 시민들의 아무렇게나 뱉어버린 불만 덩어리에 비위가 상하기도 하고 한 보행자의 목숨쯤이야 대수로 치지도 않는 난폭 운전자들에게 내 목숨 내놓고 싶지도 않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