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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서의 양면성에 울고 웃다 _ 이정순(아동문학가, 캘거리)
칭찬하고 싶은 가게 1 
칭찬하고 싶은 가게 2 
칭찬하고 싶은 가게 3 
나는 며칠 전 3주 동안 고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그 목적은 여러가지이다
첫째 남편의 건강검진과 내 책 출간문제를 곱을 수 있다. 나머지 소소한 것은 보너스다.
인천 국제 공항 저녁 7시쯤 내리니 공기부터 달랐다. 고국의 훈훈한 사람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며, "아 좋다!"를 연발했다.

짐을 찾아 나오니 반가운 지인이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차를 타고 인천공항로를 달리는 내내 고국의 발전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거의 매 해 방문하는 고국이지만 올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고,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발전을 하는 고국을 볼 때면 디아스포라의 삶은 살아가는 이민자로서는 양어깨에 힘이 실린다.
어디서나 "I'm Korean!하면 제일 먼저 "Wonderful!" 하면서 엄지척을 한다. 고국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에 고국에서 또다른 모습을 접하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을 나쁘다고만 하고 싶지 않다. 고국이 아무리 발전해도 음지와 양지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여느 선진국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국이 발전해도 아직 시민의식은 아니구나! 하는 곳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내가 20여일 동안 접한 고국의 많은 것 중 몇 가지만 이야기 하고 싶다. 물론 곳곳에 시민들 건강과 휴식공간을 위해 아름답게 조성해 놓거나, 걷기를 위해 반질반질하게 깔아놓은 트렉, 시민공원에는 헬쓰장을 방불케 하는 운동기구! 몇 년전에 비해 깨끗해진 공중화장실! 모두 칭찬하고 싶다.

그러니까 우리가 2월 5일 밤에 고국에 도착해서 남편이 7일 오후 2시에 5년 전 위암수술을 받고, 마지막 5년 완치 판정을 받기 위해 위내시경, 장내시경을 비롯해서 검진을 받기로 되어 있어 금식을 해야했다. 6일 오전 볼일을 보려 시내 나가 배가 고파 뭘 먹어야하는데 금식하는 남편 눈치보느라 하루종일 쫄쫄 굶었다.
남편은 자기는 괜찮으니 뭐라도 먹으라며, 다행히 6일 4시전까지 흰밥과 맑은 국물은 먹어도 된다고하여 한 식당을 찾았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바지락 칼국수 메뉴가 있어 그 식당을 선택했던 것이다. 칼국수라면 맑은 국물이 있기 때문에 흰밥 한 공기를 시키면 되겠다는 계산도 했던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남편이 식당에 들어서자 마자 정중하게(1인분 시키는게 미안하기도 해서 더 정중하게) "사장님,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금식이라 집사람 칼국수 1인분과 저는 흰밥 한 공기 시켜도 될까요?" 그 사장이란 중년? 50대 후반? 남자 분이 우리를 휠끗 보더니(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음) "안됩니다. 두 사람이면 2인 분을 시켜야 합니다." 머리가 허연 어른을 보고 두 분도 아닌 두 사람이라고 칭하는, 버르장머리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우리는 두말 않고 그 집을 나왔다. 고국에 와서 당하는 것이라 눈물이 핑 돌았다. 더군다나 남편은 아픈 몸이 아닌가 말이다. 먹는 것이라 더 서러웠다. 모퉁이를 돌아가자<미아리 분식집>이 있었다. 나는 밥보다 국수 종류를 좋아하기 때문에 들어갔다.

남편이 앞서 식당에서 처럼 사장님으로 보이는 여자분한테 똑같이 말했다."당연히 해드려야지요. 천원만 더 받겠습니다."하시며 주방을 향해 "잔치국수 하나, 밥 한공기 국물에 아무것도 넣지말고 국수다시물 하나!"
우리는 감동해서 "감사합니다" 를 연발하고 5천원에 팁 2천원을 드리고 나왔다. 검사가 끝나고 우리는 그 친절한 가게에 공항에 픽업 나오고, 우리가 기거하는 지인부부를 모시고 가서 네 사람이 6인 분을 시켜서 배부르게 먹고 나왔다.

그후, 경상도 고성에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장편 청소년소설 배경 취재를 하기 위해 차를 빌려 내려갔다. 밤늦게 저녁을 먹고 <이디아커피전문점>에 가서 남편은 밤이라 커피를 마시지 않고 대신 3100원짜리 디져트를 시켰고, 나는 커피를 시켰다.
"두 사람이면 커피 두 잔을 시켜야해요!" 한번 당했던터라 디져트를 시킨 것이었다.
"커피 대신 디져트 시켰잖아요." "디져트는 포함 안됩니다."
그때는 정말 화가나서 울남편 "뭐 이런 개떡같은 나라가 다있어!"하며 나왔다. 결국 우리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호텔 로비에 커피(방에 비치된 커피를 저녁에 먹고 없어)를 가지려갔더니 친철한 프론트매니져"저기 주방에 가시면 맛있는 커피 있으니 가보세요." 주방에 갔더니 셀프로 온갖 것이 다 갖춰져있었다.
주방도, 주방기구도 엄청 깨끗하고 심지어는 계란까지 갖춰져 있어 나는 스크램블까지 만들고 토스트와 과일을 챙기고 커피도 입맛대로 있어 챙겨서 한상 차려 룸으로 왔더니 울 남편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물론 방도 깨끗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6만원 선. 경남 고성읍 <프린스호텔>이다.
그리고 며칠 후 서울에 와서 지난번 먹지 못한 칼국수 생각이 나서 바지락 칼국수 집을 찾았다. 마침 남편이 먹고 싶은 수육이 메뉴판에 있었다. 옆자리에는 혼자오신 남자분이 된장찌게까지 곁들인 수육을 먹고 있었다. 너무 맛있게 보였다. 메뉴판에는 <1인을 위한 메뉴 1인 분 수육>이 있었다. 우리는 반가워서 "우리 수육 하나하고, 바지락 칼국수하나요!"

주인장 말 "수육은 2인분 이상입니다. 칼국수도 2인분 이상입니다."
"여기 혼자 드시잖아요? 메뉴에도 있는데요." "혼자 오시면 가능합니다." "그럼 우리 따로 앉을게요!""혼자 앉을 자리가 없고, 두사람 왔기 때문에 안 됩니다." 우린 기가차서 말이 안나와 아쉽게도 먹고 싶은 바지락 칼국수, 수육을 못 먹고 나왔다.

그리고 며칠 뒤 남대문 시장을 갔다. 남대문 시장에서 유명한 수제 칼국수 만두가게에 줄을 길게 서 있어 들어갔다. 몇 번 당한지라 조심스럽게 먼저 주문하며 물었다. 배고파 여기서 쫓겨?나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칼국수 하나와 왕만두 하나 따로 시켜도 되나요?" "네, 되고 말고요!" 둘이서 하이파이브로 손바닥을 아이들처럼 마주치고 주문을 했다., 배가 고파 칼 국수 둘에 왕만두 하나를 시켜먹고 팁까지 주고 나왔다. 한국에는 팁문화가 없어 아무도 팁을 주지 않지만, 캐나다는 팁이 너무 과해서 탈이기도하다.

우린 그 가게를 칭찬하며 맛도 맛이지만 줄을 길게 선 이유를 알았다. 사람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는 네비를 보면서도 나이가 있어 그런지, 복잡해서 그런지, 어디가 어딘지 가늠할 수 없어 묻고 또 물어 길을 찾아가야만 했다.
열명 중 거의가 턱으로 가리키거나 모른다고 했다. 물론 모를 수도 있겠지. 요즈음은 이민자가 많아 좀 달라지긴 했지만, 캐나다는 가게에 들어가 길을 물으면 심지어 따라 나와서 가르쳐주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약도까지 그려주고, 자신도 모르면 인터넷에 검색까지 해준다. 그런걸 보다 고국에 가서 실망과 뿌뜻함을 경험했다.
하는 김에 하나만 더 칭찬해보자. 우리는 등산 장비를 사기 위해 남대문 시장을 간 것이었다. 가게를 찾아가다 예쁜모자들이 있어 일단 들어가서(친절하면 여기서 사야지?) 등산장비 가게를 물었더니 정말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그 가게에서 캐나다 지인들에게 줄 모자와 스카프를 20만원어치 이상을 샀다.
우리는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지나치면 안되지 싶다. 불친절한 그 가게는 가게대로 애로점이 있었겠지만, 앞을 내다보고 가게를 하는 사장님들 가게는 많은 사람이 붐볐다.
요즈음 싱글인 사람들이 많은데 그같은 행위는 옳지 않다고 본다. 배달도 1인분은 안 된다고 한다.

캐나다를 예를 들어보자. 물론 캐나다도 불편하거나, 불친절한 가게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친절하다. 커피집에 열명이 들어가 한잔을 시켜도 왜 한잔을 시키느냐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아무것도 시키고 않고 앉아있어도 누가 와서 왜 아무것도 안 시키느냐고 하는 사람 없다. 물론 요즈음 노숙자들이 많아 애를 먹긴 한다고 들었다.

간혹 한국사람이 하는 식당이나 커피 집에서 한국과 같은 짓?거리를 저지르는 가게들이 있다. 한번은 콩나물 국밥으로 유명한 식당이 있어 지인들과 6명이 갔다.(그곳은 노인이 가도 예약은 받지 않고 입구에서 자리가 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함. 이유는 예약하면 그 자리를 예약한 사람이 올 때까지 비워 두어야 하기 때문이라 함.)
입구에서 여섯 명이라고 하자, "6명 이상이면 팁을 18%이상 내야합니다." 그날 내가 호스트라 "알았다" 하고 그냥 앉아서 기분 나쁘지만 초대한 분들을 위해 꾹 참았다. 그리 좋아하는 콩나물 국밥이 모래 씹는 것 같았다. 물론 팁18%때문이 아니라 당연히 친절하면 더 이상의 팁도 지불하는 남편 성격을 알고 있다.
다행히 남편은 주차 하느라 늦게 들어와 그 사실을 모르고 식사를 했다. 그 후 우리는 그집에 가지 않는다. 유독 캐나다에서 한국사람들만 한국에서 하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 물론 나도 한국사람이다. 우리가 비지니스를 23년 동안 해 왔지만, 그런 행동을 한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자부한다. 나라가 부강해졌으면 시민의식도 좀 더 업그레이드 되었으면하는 바람이다. 그외 좋은 일, 추억거리를 만들 시간은 부족했지만, 나름 많은 것을 고국에서 얻어왔다. 한동안 충전해 온 그 에너지로 살아갈 것이다.

추신) *이디아커피전문점과 맨 먼저 칭찬하고 싶지 않은 가게는 찍지 못했다.^^

기사 등록일: 2024-03-06
Juksan | 2024-03-06 16: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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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황당한 일이군요. 저런 사장들은 얼마 못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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