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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이 있는 풍경 _ 신금재 (캘거리, 시인)
신금재 (캘거리, 시인)
 
노루 꼬리 해 저녁산에 걸리면

수인선 기차 배꼽산 돌아가는 소리



얘들아, 저녁 먹자

어머니의 초록물 젖은 목소리

얼었던 마음 따스해지네



신금재 작가 소개

2006년 《한비문학》수필 등단. 2014년 《한비문학》시 등단. 시집 『내 안의 아이』 외. 산문집 『로키에 봄이 오면』.

디카시집(1) 사슴의 법칙 (2) 당신이 그리울 때마다



*



아늑해 보이는 실내 공간과 유리창 밖 쌓인 눈이 고즈넉한 한 폭의 겨울 풍경화로 다가온다.

화자는 지금 “밥솥”에 밥을 안쳐 놓고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며 달랑거리는 압력 추를 통해, “수인선 기차”가 “배꼽산을 돌아가는 소리”와

“얘들아, 저녁 먹자” 부르는 “어머니의 초록물 젖은 목소리”를 소환하여 듣고 있다.

“얼었던 마음 따스해”진다고 한다. “노루 꼬리”처럼 짧은 겨울 해가 “저녁산에 걸리”는 해거름, 밥을 짓다 말고 물끄러미 유년의 기억을 회상하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이 시의 배경은 캐나다 로키가 보이는 캘거리이다.

우뚝 솟은 로키산맥에 쌓인 눈과 전나무와 자작나무 숲과 맑은 호수들. 그리고 스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겨울 캐나다 로키의 그림 같은 설경을 떠올려 본다. 하지만, 저 풍경 속 주인공은 프로필에서 알 수 있듯 디아스포라이다. 이민 떠난 지 20년이 넘게 지났어도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는 애틋함이 사무치게 다가온다. 시인의 시 몇 편을 다시 읽어 본다.



이민 짐을 싸던 날 짐 속 면장갑을 바라보던 동생이 “막노동할 수도 있어, 라는 말에 / 쌓였던 울음 터졌다 -<행간>”. 이민 삼 년째 향수병에 걸려 비행기만 봐도 눈물이 날 때 “청둥오리 그림을 구해 벽에 걸고 / 꿈속에서 오리랑 날아다녔다 -<안착>.” 캐나다 와일드 로즈를 보곤 “들장미라 쓰고 해당화라 부른다 -<매괴>”. 들꽃 무더기를 보고 “돌아서면 훅, 하고 나는 꽃향기” -<고향>”라고 고향의 냄새를 떠올린다. 그나마, “아내가 쉬는 날 그 곁에 앉아서 / 경상도 사투리로 시를 읽어주는 남자”의 “시집 안에서는 마산 멸치 액젓이 익어가고” -<시 읽어주는 남자>”라는 남편이 있고. 동서가 보내온 대추로 끊인 “낯선 땅 수십 년 / 대추차 한 잔에 왈칵 뜨거운 그리움 -<대추 닮은 여자>”라는 형제도 있다. 그런데도, 자작나무 둥치에 등 기대고 “봄은 언제 오나요” 물으면, “눈발이 굵어지고 / 상처 사이로 물오르니 / 그리 멀지 않았구나, 얘야” -<엄마와 딸>”라며 결국 어머니로 귀착된다. 편편이 이민자의 애환과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이처럼 고향에 대한 기억은 인간의 감각 기관 중 시각, 청각, 후각, 미각으로 각인된다. 예의 시편들이 그걸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하여 고향의 풍경들은 눈을 감아야만 볼 수 있는 것인지!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민자거나 실향민인지 모른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 땅에서 타국으로 지리적 위치와 사연이 다를 뿐, 부재의 고향과 어머니를 가슴에 품고 살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제는 명절이 돌아와도 찾아갈 고향이 없다. 호명해도 손 흔들어 줄 수 없는 그리운 이름들만 내 안에 있다. 강가를 거닐던 새 한 마리 발목이 젖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다. 저 강물은 흘러 바다로 가련만...

<김석윤 시인>

기사 등록일: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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