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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흐린 날의 기억

작성자 ahspoet 게시물번호 -12 작성일 2003-08-05 11:58 조회수 3725

  어느 흐린 날의 기억

                                                       안희선

 

 문득, 시야(視野)의 포로가 된 눈이  답답해

 안경을 벗었다.

 이윽고 흐려지는 육신의 촛점.

생각없이 보고 스쳐 지나간 것들이 한꺼번에 다가선다.

흐린 세상 안에서 또렷해지는 또 다른 세상.

빛의 굴절에 시달렸던 고요한 평화가 내가 무심코 버리고 온 하늘과 땅에 가득했다.

늘, 촛점 밖으로 사라지던 나의 길은 창망(愴輞)하기만 했던 세상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언제나 보이는 것에만 익숙했던 내 영혼의 눈빛 때문이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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