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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작성자 떠돌이 게시물번호 18947 작성일 2025-05-26 13:10 조회수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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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받은 반공 교육 중에 이승복 어린이의 일화가 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를 외치며 공비에게 죽어 갔다는 유명한 일화다. 뭐, 지금에 와서는 이건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라는게 주류 의견이지만, 여튼,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승복 어린이와 의견을 달리한다.

 

그래서,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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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세상에선 돈이 주인공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만물의 본체는 사람이 아니고 돈이다. 돈이 신과 같은 권능으로 사람을 조종한다. 돈이 사람을 울리고, 웃기고, 죽이고, 살린다.

 

산업혁명과 함께 자본주의가 등장했다. 그리고 극소수 자본가들을 제외하고 노동자에게 지옥도가 펼쳐졌다. 단지 성인 남성 대비 80% ~ 90% 더 싼 인건비로 부릴 수 있다는 이유로 아동과 부녀자 노동이 성행했다. 하루 최대 노동 시간은 19시간에 이르렀다. 이 당시 노동자의 평균 수명은 15세에 불과했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자본가를 위해 봉사하던 당대 지식인들은 이 이론을 바탕으로 노동 환경 개선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에게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와, 그로 인한 짧은 수명은 인류의 존속을 위해 계속 유지되어야 할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오직 생산 수단을 소유한 자본가 돼지들만을 위한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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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 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 그려진 미래 세계에 대한 청사진이 양심적인 유럽 지식인과 정치인들 가슴에 불을 질렀다. 드디어 유럽에 공산당이라는 유령이 배회하기 시작했다.

 

공산주의는 노동자가 생산 수단을 공동 소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본은 노동자를 지배하는게 아니라 노동자에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인본주의적 사상이다. 하지만 아직 인간은 공산주의를 수용할만큼 성숙한 존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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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가장 깊게 파고들어 공부한 사람들은 자본가였다. 그리고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세상의 좋은 것들은 대부분 공산주의가 만들었다고 본다. 의료보험, 노동법, 노령연금, 고용보험, 유급휴가, 출산휴가, 의무교육 등등 모두 자본가들이 공산 혁명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도입했거나 소련의 제도를 모방한 것이다. 산업혁명 시기에 태어났다면 다섯 살부터 노동에 시달리다가 어린 나이에 죽었을게 틀림없는 나 같은 사람이 공산당을 싫어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래서,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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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소련이 공존하던 시절은 노동자에게 황금기였다. 모두가 집과 가전제품을 가지고 차를 몰았으며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길렀다. 부자의 월급이 오르면 노동자의 월급도 올랐고 부자와 노동자의 생활 수준은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부자도 노동자도 모두 함께 집을 소유하고 결혼을 하며 애를 낳아 길렀다. 탄탄한 중산층의 시대였다.

 

로널드 레이건이 스타워즈 계획으로 군비 경쟁을 촉발했다. 버티지 못한 소련은 와해 됐다. 공산주의는 관짝속에 들어가 못이 박혀 땅속 깊이 파묻혔다. 이렇게 공산 사회주의 실험은 허무하게 끝났다. 다시 자본주의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오고 나서 모든게 변했다. 경제는 엄청나게 성장했는데 중산층은 붕괴했다.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기 시작한 20년간 상위 부자 1%의 소득은 86.1% 증가했으나 하위 99%의 소득은 6.6%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상황은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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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유령이 배회하던 유럽과 대서양을 두고 멀찍히 떨어졌던 미국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자본주의 사회다. 유럽 각국이 당연하다는 듯 가지고 있는 공적 의료보험이 미국엔 없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여 노숙자가 된다.

 

제1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크고, 푸드 스탬프에 의존하는 빈민이 가장 많으며, 가장 많은 노숙자가 있고, 기록적인 수의 형무소 수용자가 있으며, 짧은 기대 수명을 가진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점점 산업혁명 시대의 자본주의 체계로 회귀 중이다. 중국, 북한과 함께 합법적 노예제가 있는 전 세계 17개국 중에 미국이 있다. 미국 형무소 수감자들은 시급 1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강제 노동을 한다. 미국의 지식인들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강제 노동을 비난하면 중국이 미국의 형무소 강제 노동을 거론하며 맞받아친다. 캘리포니아에 산불이 나면 교도소 수감자들이 방염복을 입고 강제로 산불 진화에 동원된다. 역시 마찬가지로 시급은 1달러 미만이다. 돈 대신 수감자에게 약간의 형기 감축만이 약속된다.

 

아동 노동 문제도 과거로 회귀 중이다. 2023년도 맥도날드에서 열 살짜리 아이가 새벽까지 일하는게 적발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아동 노동을 대폭 허용하는 쪽으로 법 개정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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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혁명 당시 아동 노동자의 평균 수명이 15세일 때, 영국은 세계 최강대국이었다.

 

일반 서민이 자기 거세를 하며 괴로워하는 미국은 대부분의 경제 성장 이익을 단 1%의 자본가들이 착취하고 있으며, 현재 세계 최강대국이다.

 

역설의 극치이자 자본가들에게 천국과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다. 따라서 죽어 버린 공산주의를 그리워하며 또 다른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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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본가와 일반인의 삶은 달라졌다. 부자가 여전히 집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 기른다면,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비싼 렌트에 허덕이면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 힘든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술과 마약에 절어 노숙자나 범죄자로 전락한다. 그리고 단체로 자기 거세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인류는 멸종의 길에 첫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 라는 야훼와 알라의 명령을 아직 철석같이 떠받드는 하레디와 레디컬 무슬림이 인류 존속의 마지막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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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지금이라도 공적 의료보험을 도입하자는 말을 하면 좌파 빨갱이라는 욕을 먹는다. 매카시를 위시한 미국 정치계와, 복음주의 기독교가 합세하여 공산주의를 악마화한 결과다.

 

남한의 복음주의 기독교도 만만치 않다. 자신들과 배치되는 당파의 정책은 무조건 종북좌파 빨갱이 소행으로 본다. 그래서 윤석열도 좌파 빨갱이 때문에 쫓겨났다. 따라서 Yoon Again 을 외친다.

 

어이쿠, 너무 디테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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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을 위한 많은 제안들이 빨갱이 소리를 듣는다. 나는 혼란스럽다. 빨갱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들을 나는 좋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자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도를 만들려 할 때마다 빨갱이 소리가 나올 것이다.

 

내가 사랑하던 공산주의는 죽었다. 리버럴이 보편적 기본소득제나 주 4.5일제 등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뭔가 할라 치면 컨서버티브들은 공산당, 빨갱이라고 욕한다. 전혀 상관없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 만약에 그런게 빨갱이라면 난 그저 스스로를 좌파 빨갱이로 자처하련다.

 

그래서,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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