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가쁘다. 몸뚱이는 산소를 갈구하지만 가쁜 호흡과 한정된 폐활량은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허벅지와 장딴지 근육이 막 터지려 한다. 괴롭다. 당장 그만두고 싶다. 죽을 것 같다. 지옥문이 보인다. 하나만 더, 하나만 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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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체에 꽤 많은 근육을 가지고 있었는데 따로 운동을 해서 획득한 것은 아니다. 그저 긴 출퇴근을 자전거로 했고 거의 매주 산에 올랐을 뿐이다. 빵빵한 둔부, 굵직한 허벅지 그리고 탄탄한 종아리 근육이, 전체적으로는 볼품 없는 신체에서 유일한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8년여에 걸친 트럭커 생활은 이 모든 걸 앗아갔다. 통장은 두꺼워졌는데 종아리와 허벅지는 얇아졌고 궁둥이는 축 늘어졌다.
근육과 체력을 되찾기 위해 집에서 헬스 자전거를 하루에 100분씩 탔다. 아내가 회사에 있는 동안 tv에 유튜브를 연결하고 르세라핌, 에스파, 비비즈 같은 걸그룹 뮤직비디오를 보며 자전거를 열심히 탔다. 아내가 퇴근하고 현관에 인기척이 들리면 재빨리 BTS 영상으로 바꿨다. 몇 개월간 서울 부산을 여러 번 왕복할 거리를 달렸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내 몸이 내 말을 안 듣는다. 그러니 이 세상 어떤 것이 내 말을 들을 것인가. 여튼 뭔가 다른 조치가 필요했다.
버피 테스트라는 운동을 발견하고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매일 지옥을 맛본다.
비결은 쉬지 않고 빨리 하는 것이다. 첫날은 겨우 40개를 하고 뻗었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지만 조금씩 개수를 늘렸다. 첫 한 달 동안 겨우 100개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200개씩 할 수 있다. 한 번에 쉬지 않고 70개까지 해 봤다. 최적의 운동 효과를 위해서 느릿느릿하면 안 된다. 30분 안에 200개를 해치우는 걸 목표로 한다. 마치 누군가 쫓아오듯 빨리빨리 해야 한다. 그러면 숨이 가빠지고 하체 근육은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한다. 기독교인이라면 지옥을 볼 수 있고, 일반인이라면 염라대왕을 뵐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누군가 멍석말이를 한 듯 온몸이 아프다.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는데 으윽, 끅, 끄응 하는 신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오후 4시가 지나서야 겨우 몸이 풀리면 다시 지옥으로 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간다.
첫 세트는 50개 이상을 목표로 한다. 하나, 둘, 횟수를 늘려간다. 서른, 서른 하나, 숨이 가빠진다. 마흔둘, 마흔셋, 물 밖에 내팽개친 금붕어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헉헉대지만 산소는 채워지지 않는다. 물 밖에서 익사하는 심정이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마흔아홉, 쉰, 더 이상 못 한다. 오늘의 첫 세트는 여기까지. 쉬는게 쉬는게 아니다. 계속해서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지만 산소는 충분하지 않다. 오뉴월 멍멍이처럼 헥헥거린다. 몸이 뜨거워진다.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팬티 차림으로 숨을 고르며 지하실을 돌아다닌다.
두 번째 세트는 첫 세트의 마이너스 10회 정도를 목표로 한다. 빤스 차림으로 버피를 빠르게 이어간다. 호흡은 더더욱 빨리 흐트러진다. 근육도 마찬가지로 빠른 시간 안에 비명을 질러댄다. 염라대왕님이 첫 세트보다 더 빨리 오셨다. 열 번만 더, 아홉 번만 더, 이제 그만.
한 세트의 마지노선은 30회다. 서른 번의 버피를 채울 때마다 지옥 문턱까지 갔다 온다. 이게 요즘의 일상이다.
이제 내 종아리는 딴딴하다. 힘을 팍 주면 종아리 뒤 근육이 두 개로 쫙 갈라진다. 허벅지는 굵어졌고 돌처럼 단단하다. 아내가 만져 보고는 “무서워” 했다. 한때 컴플렉스였던 빵빵한 오리 궁둥이도 돌아왔다. 자부심이 든다.
요즘은 오전 컨디션을 좋게 하기 위해 버피 운동의 횟수를 줄이고 다른 훈련을 하고 있다. 이제 준비는 대충 끝난 것 같다. 캐나다 시민권 준비를 위한 체제 일수와 아내의 골절만이 문제다. 시민권 신청 자격이 되자마자 시민권을 신청하고 아내의 골절이 완치되면 계획을 짜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