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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을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도 말이 잘 안통할 때가 있다.
며칠 전 다음과 같은 메일을 받았다.
00 님의 글 입니다.
아직도 이재명이 잘 한다라고요?
트럼프에 호구잡혀 3500억불도 미리 머리 조아리고 뱉어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트럼프 무서워 슬슬 피하다 분할로 막았다고 찬송가 부르는 방안퉁수인 걸 모르시나요!
아니 미국 수출로 320억불 벌어서 200억불을 주고 나면 한국은 유지가 되나요?
한은에서 가용할 수있는 외화가 최대 65억불 이라고 하는데요,,,
진영에 빠져 제대로 못 본다면 참 어이상실.
국익에 진영 따지는 사람들 보면 답답하네요.
메일을 보낸 분은 내가 지난 11 월 1 일 올린 글 ‘할 말은 해야겠다’의 내용에 항의하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분은 내 글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셨다.
그 글은 이재명 대통령을 칭찬한 글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칭찬이나 비판을 주제로 하고 있지도 않다.
APEC, 특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둘러싸고 사실관계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지 않은채 찬양만 늘어놓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러버럴 매체들의 비저널리즘 일탈행위를 지적하기 위해 쓴 글이다.
현재 그 글에는 반대 일곱 개가 달렸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의 충성도를 고려할 때 나는 솔직히 그 글에 반대가 최소한 20 개 이상은 달릴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반대는 예상보다 적었던 반면 오히려 글의 취지를 거꾸로 오독한 분의 항의메일을 받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혹시 그 글에 오독할 여지가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글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정독한다면 취지를 거꾸로 해석하게 만드는 부분은 없어 보인다.
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통령 그 누구도 무작정 지지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치명적인 우유부단과 정보실패로 김건희 정권을 탄생시키는데 일조를 한 것에 대해서는 냉혹하게 비난하지만, 짧은 기간에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을 놀라운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K-방산을 일궈낸 것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준다.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른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어느 ‘NL주사’는 이재명 대통령을 가리켜 ‘미국에 백기항복한 종미우익정권’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이것은 경주한미회담이 신의 한 수라고 찬양만 해대는 리버럴 상업주의자들하고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청맹과니식 사건해석이다.
신의 한 수는 전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종미우익정권의 백기항복이라고도 보기 어렵다. 약탈의 예봉을 돌리고 시간을 번 건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을 상호대등한 주권국가라고 전제하는 순진한 생각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해석하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이라고 해서 그 처지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캐나다의 경우 트럼프는 아예 무역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덮어놓고 이재명을 미워하거나, 반대로 덮어놓고 이재명을 찬양하기 전에
당신 자신은 한미관세협상이나 경주회담의 의미에 대해 얼마나 디테일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부터 돌아보는 게 순서일 것 같다. 그게 진영에 빠져 국익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오류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라고 결론을 내리면 너무 꼰대같은 소리고,
어쨌든 다시 읽어 보시고 메일 주세요.











이번 주에 제가 바쁘지는 않지만 글은 못 올릴 것 같아서, 어제 오늘 한꺼번에 다 올렸습니다.
미리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