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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나는 65 세가 되더라도 복수국적을 신청할 생각이 없다. 거소증이 더 편리하고 충분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40 년 가까이 LA에서 살고 있는 어느 미국 영주권자 이야기다. 이 분은 한국국적을 고수하고 있는 것을 대단한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다. 자기 직업 특성상 시민권을 받았으면 더 높은 직급과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자기는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까지면 ‘아, 그러시군요’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근데 이 사람의 다음 말이 가관이다. 시민권 받고 은퇴할 때 되어 복수국적 알아보는 동포들을 향해 ‘혜택을 누리기 위해 얄팍한 삶을 사는 박쥐’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그 말 뒤에는 ‘정체성도 지키지 않고 조국의 국적을 포기한 것들이 자기 이익만을 위해 한국 복수국적까지 챙기려 든다’는 혐오가 깔려있다. (한국본토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미국 영주권자가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처음 들었다)
그의 정확한 워딩은 이렇다.
“저는 자신의 편의에 따라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가 나이 들고 재취득해서 혜택을 누리려는 박쥐같은 부류가 아닙니다. 그렇게 얄팍하게 살아 오지도 않았습니다”
이 분에게는 정체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참교육부터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 뿐 아니라 한국본토의 재외동포 혐오환자 전체가 참교육 대상이다.
참교육을 위해 잔잔하지만 조금 강도가 센 메일을 보냈다(서설이 들어간 앞부분은 생략하고 본문만 올린다).
참교육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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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생활 속에서 한국국적을 고수해 오신 그 절개와 자부심은 충분히 존중해요. 하지만 '박쥐'라는 표현과 '얄팍한 삶'이라는 단정은, 같은 시대를 건너온 동포들에게 깊은 상처를 넘어 큰 실망을 안겨주었어요. “박쥐’ 니 ‘얄팍한 삶’이니 하면서 자기와 같은 이민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300 만 북미동포를 건방지게 매도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좀 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어요.
국적에 대한 내 생각은 이래요.
국적은 '편의'가 아니라 '책임'의 선택이에요. 이민자에게 시민권 취득은 님이 생각하듯 단순히 혜택을 좇는 행위가 아니예요. 내가 뿌리 내리고 내 자녀들이 자라날 이 땅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투표권 등) 그에 따르는 의무를 다하겠다는 책무의 선언이예요. 30년을 살면서도 그 땅의 시민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오히려 '방관자적 태도'는 아닌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체성은 여권의 색깔로 결정되지 않아요.
우리는 모두 한국의 피를 이어받았고, 타국에서도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가죠. 시민권 종이 한 장이 나타내는 국적표시로 누군가의 삶을 '얄팍하다'고 비하하는 것은, 그들이 타지에서 겪어온 수많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너무나 가볍게 여기는, 오만하다 못해 야비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나이먹어 혜택받으려고 한국국적 회복 운운’ 하는 소리를 한 걸로 봐서는 님은 65 세 이상 복수국적에 대해 별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노년에 고국으로 돌아가 혜택을 누리려 한다는 시각은 일부의 예외적이고도 특수한 사례를 일반화한 것이예요.
많은 이들이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고국을 찾는 이유는, 그저 '뿌리'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 곁에서 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인간 본연의 애착때문이죠. 이를 '박쥐 같은 부류'로 매도하는 것은 삶의 깊은 고뇌를 이해하지 못한 무례함이예요.
자부심은 스스로를 높일 때 빛나는 것이지, 타인을 깎아내릴 때 생기는 것이 아니예요. 꼰대같은 이야기지만 이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실이예요. 더 이상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날 선 언어로 스스로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으시길 진심으로 바래요.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내가 이런 커뮤니티에서 해 본 적이 없는 이야기지만, 님의 정체성 자부심이 왜 한 면에 불과한건지를 설명하기 위해 하는 것이니까 잘 들으세요.
님은 국적을 고국에 두고 오셨다면서요.
저는 한국에 있는 재산을 캐나다로 옮기지 않았어요.
여기 산 지 36 년이나 되었는데 말이죠.
이유는 굳이 설명하기 어려운데, 거기 있는 집을 팔아 캐나다에 가져오면 내가 태어난 나라에 나의 근거가 모두 사라지게 되는데 그게 싫었다고나 할까요.
캐나다나 미국동포 중에는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어요.
한국 내 부동산을 보유한 외국인 중 미국과 캐나다 국적의 동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특히 캐나다 국적자의 한국 내 토지 및 주택 보유는 수만 건(필지 및 건축물 합산 시)에 달해요.
양국에 이중세무보고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한국재산을 유지하는 이유가 모두 순수하다고는 보지 않아요.
진짜 부자들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다수는 자기나라에 근거를 남겨두기 위해 그러고 있는 거예요.
이쯤해서 님이 박쥐라고 비난하신 복수국적에 대해 알아볼까요?
님은 2011 년 이명박 정부가 왜 65 세 이상 복수국적을 허용했다고 생각하세요?
정부는 1990 년대 이후 캐나다와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세대 중(독립이민, 투자이민) 엄청난 숫자가 여전히 한국에 자기집을 남겨두고 있으며 이들이 은퇴연령에 접어들면서 이 자산을 회수할 거라는 통계적 예측을 정확하게 하고 있었어요.
만약 복수국적이 허용되지 않아 이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완전히 떠나야 한다면, 수조 원에 달하는 부동산 자산이 일시에 매각되어 외화로 환전되어 해외로 유출되는거죠. 물론 전부 일시는 아니고 은퇴연령차에 따라 매각반출되겠지만요. 복수국적 허용은 이들이 자산의 상당 부분을 한국 금융권과 부동산 시장에 묶어두게 만드는 '경제적 닻(Anchor)' 역할을 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어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자기나라 연금을 한국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인데, 이건 뭐 그다지 중요한 이유는 아니고.
사실 이런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기가 그래서 다른 톤으로 바꾸어 커뮤니티에 몇 번 올린 적이 있어요.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다양해요.
고국의 입장에서는 보태주는거 하나없이 국적만 움켜쥐고 있는 님같은 사람들 보다는 혜택 줄 필요없는데 세금 꼬박꼬박 내 주는 해당 시민권자 동포들에게 더 고마워 할지도 몰라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보자구요. 미국같은 초강대국에 이민간 한국인들이 그 사회의 주류가 되어 고국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입장이 되는 것을 바라겠나요? 아니면 가서 40 년이 되도록 외국인 취급을 받으며 제대로 승진도 못하고 더부살이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것을 바라겠나요.
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현재 미국에서 영주권자란 더이상 안정적인 정착신분도 아니잖아요.
님이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비용이 너무 크고 개인적인 손실도 여러모로 막대할 것 같아요.
어쨌든 님의 정체성에 대한 주관적 이해도 존중하니까 조용히 지키시고,
다른 동포들 되지도 않는 말로 비하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