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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lipboard(sarnia) 입니다.
고국에 남겨둔 주택, 오를 땐 좋았는데 막상 팔려니 한국 국세청의 양도소득세 고지서가 날아올 생각에 걱정들이 많으시겠어요.
당장 3 개월 뒤인 5 월 9 일이면 비거주자 양도세 중과유예가 끝납니다. 어떤 분들은 양도차익의 최고 82.5%라는, 캐나다 한겨울 블리자드보다 더 살벌한 세금 날벼락이 코앞에 닥친 셈이죠.
캐나다 전역 교민 단톡방에 이런 솔깃한 아이디어가 돌기 시작합니다.
"한국 가서 딱 2 년만 살다 오자. 비과세 혜택받고 세금 0 원 만들자!"
사실 이런 아이디어내고 절세작전 바람잡던 사람은 저 였습니다.
곧 은퇴하는데다 40 년 가까이 캐나다 살았으니 CPP, RRSP, 회사은퇴연금(DPSP)에 더해 OAS까지 한국에서 수령하면서 세입자 한 가구 내보내고 거기 들어가 2 ~ 3 년 살면 깔끔하게 문제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던 겁니다.
완전히 잘못 생각했습니다.
한 열흘 앙앙불락했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한-캐 양국세법에 동시에 통달한 세무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논의했습니다.
한달에 11 달러 55 센트 씩 월급주고 고용한 그 세무전문가는 세금 안 내려고 한국가서 몇 년 산다는 게 얼마나 의미없는 미친짓이며 헛지랄인지를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한국에서 2 년 실거주 요건을 악착같이 채워 양도소득세를 '0 원'으로 만들었다고 칩시다.
환호성을 지르며 캐나다로 돌아오면 그 이듬해 CRA(캐나다 국세청)에 자본소득신고를 해야 합니다.
평소에는 코빼기도 보기 어렵던 CRA 직원이 먼저 연락해서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할 겁니다.
"어머나! 한국에서 세금 한 푼도 안 내셨네요? 그럼 저희한테 내시면 됩니다.^^"
캐나다는 자국 거주자의 전 세계 소득에 과세합니다.
한국에 낸 세금이 있다면 외국납부세액공제로 빼주지만, 한국에서 세금을 안 냈다면 캐나다 자본이득세를 고스란히 다 토해내야 합니다.
물론 한국에서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보다는 캐나다 국세청이 부과하는 자본이득세가 다소 낮기는 합니다. 차등화된 비과세 대상 액수범위가 한국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5 월 9 일 이후 부과될 한국의 징벌적 양도소득세와 비교하면 많이 낮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좀 해 보세요.
은퇴직후 인생의 최고 황금기 2 년 이상을 부동산 볼모를 잡혀 생활근거지도 아닌 나라에 가서 세금난민이 되어 유배생활을 해야하는 스트레스 비용은 어디서 보상을 받지요?
더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주택을 캐나다 세법상 주거주지(Principal Residence)로 지정해 양쪽 다 비과세를 받겠다는 꿈은 실현 불가능한 욕심에 불과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욕심은 탈세예정자의 도둑놈 심보나 다름없습니다.
CRA는 전 세계를 통틀어 1 년에 딱 1 주택만 주거주지로 인정합니다.
CRA는 바보가 아니므로 한국 집을 주거주지로 지정하는 순간, 지금 캐나다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는 여러분의 소중한 주거용 주택은 비과세 혜택을 잃어버립니다. 한국에서 세금 아끼려다 훗날 캐나다 집을 팔 때 어마어마한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가서 2 년 살기는 한국 거소증이나 영주증 있는 시민권자 또는 복수국적자에게만 가능한 선택입니다.
일반 시민권자는 불가능합니다. 따로 비자를 받지 않는 한 한국에서 6 개월(미국국적자는 3 개월) 이상 체류할 수도 없고 왔다갔다하며 기간을 채운다고 해도 실거주 인정이 안 됩니다.
영주권자도 불가능합니다. 캐나다에서 183 일 이상 떠나있으면 영주권 유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해외동포 비거주자에게 가혹한 한국의 부동산 세제에 대한 분노, 백번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억울하지만 헌법소원을 하거나 ‘과잉금지원칙’ 운운하며 국제소송(ISDS)으로 가기엔 우리의 시간과 멘탈이 너무 소중합니다.
진정한 승자는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실리를 챙기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입니다.
한국에 세금 당당하게 내고, CRA에 청구하세요. 한국에 내야 하는 세금 다 내세요. 그리고 그 영수증을 소중히 품고 캐나다로 돌아와서 당당히 공제받으세요. 한국 세율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캐나다에는 추가로 낼 세금이 없을 겁니다.
다른 옵션은,
5 월 9 일 전 매도는 어차피 불가능하니까 팔지말고 자신과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그냥 가지고 있으세요. (강추)
보유세 관련해서 한국 기재부와 국토부, 그리고 대변인실은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 특히 수도권 주택가격을 현상유지하지 않으면 은행들부터 견디지 못하는 구조라 어쩔 수가 없을 겁니다.
아직 변한 거 아무것도 없고, 앞으로도 별 일 없을거니까 모두들 마음 편하게 가지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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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캐나다 동포들 중 한국자산을 반출하지 않은 애국자들이 이렇게 많은 걸 새삼 깨닫고 내심 감동했습니다.
주택 7 천 가구, 토지 1 만 7 천 필지 1,650 만 평방미터(약 500 만 평) 입니다. 여의도 면적 6 배에 달합니다. (농지 없죠? 제한된 면적 이상의 농지 소유하면 큰일납니다)
이 통계에는 시민권자만 포함되어 있고 영주권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는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절대수치로는 중국, 미국 다음 3 위지만 인구비율로는 압도적 1 위 입니다.
중국, 미국 소유주들은 외국계 비율이 높은데 비해, 캐나다 소유주들은 90 퍼센트 이상이 한국계라는 점이 특징이고, 자산 대부분이 서울,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다른 나라들과 다른 점 입니다.
여러분은 한 번도 아닌 두 번 애국자입니다.
매서운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동토의 땅에 이주해 고달픈 이민생활을 영위하면서도 고국에 있는 자산을 해외로 반출하지 않은 영웅적 삶이 첫번째 애국이요.
그 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또 세금납부의 형식을 빌어 고국에 기증하는 것이 두번째 애국입니다.
캐나다 동포들의 이런 따뜻한 애국심과 숨겨진 눈물을 고국의 동포들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니,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귀하신 애국자분들을 세금난민으로 인도할 뻔 한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