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꿈은 정말 평생 처음이라 기억나는 데로 올려 봅니다.
2017. 1.11 (수) 수면 중..
난 12인승 정도의 작은 버스를 타고 어딘가를 가고 있다.
다음 정류장에서 6명 정도의 남녀가 올라 탄다. 대부분 여자이다.
시내를 벗어나 낯 설지만 바다와 산이 어울려져 있는 고속도로를 지나고 있다
난 어딜 가고 있는 걸까? 정말 아무 기억이 없다.
왜 이 차에 내가 타고 있는지?
혹시 한국에서 직장 생활할 때 출장을 자주 다니던
대산 석유화학 단지로 가는 걸까?
난 네 옆의 여자 (젊은지 노인인지?) 에게 여기가 어딘지 물었다.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 보며 ‘우쿠라인????’
지금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정확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꿈 속에선 여러 번 되풀이 하며 잊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리고,
난 방안에 있다. 익숙하지 않은 방이다.
누워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갑자기 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처음엔 저승사자 복장의 한 명 만이 보이더니,
그 옆으로 두 명의 더 서 있다.
방문 앞 에는 네 명이 있다.
세 명의 남자들은 서서 자연스럽게 나를 쳐다 보고 있고.
무당복장의











홍주님께서 꾼 꿈을 깨어나자 마자 기록하신 것을 보면, 님께서는 삶에 대해서 굉장히 진지한 분처럼 보입니다. 꿈은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한 꿈의 세계의 문법(grammar)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지만, 일상에서 경험한 것이 무의식 형태로 나타난다고 보면, 홍주님은 전통적인 경험의 매개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군요. 조선시대 복장, 무당, 저승사자가 나오는 것을 보면, 한국의 전통적 삶이 님의 경험에 깊이 스며들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님이 혹시 기독교인인데 이런 꿈을 꾸었다면 나중에 청소년기 이후에 기독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어릴 적 경험의 세계가 그 이후의 종교적 개종경험보다도 더 강렬하다는 것이구요. 종교와 상관이 없는 분이라면, 어릴 때 시골에 살았거나 연세가 좀 있는 분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군요. 즉 갑자기 저승사자를 만나는 꿈을 꾸신 것을 보면, 연세가 50은 넘은 것 같고(최소한 40은) 삶과 죽음에 대해서 가끔 진지하게 성찰하시는 분처럼 보입니다.
제 소박한 생각에 나이가 50이 넘으면, 앞만 보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개념이 이제 삶의 일부가 된듯 하구요. 이 장년의 삶은 직선적 시간으로 그냥 죽 펼쳐지지 않습니다. 이 나이에 이르면 목숨이 이제 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별탈없이 90살-100살까지 사는 사람도 있지만, 물리적 몸은 그러한 행운에 맡길 수만은 없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지만요.) 이러한 죽음의 그림자는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라는 경고 싸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날이 지나고 달이 지나고 해가 지나가듯 시간이 흘러가는 데로 살지 말고 평소보다 더 깊이 삶의 의미를 찾고 느끼고 경험하라는 내면의 소리가 이러한 꿈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나이 40—50 대 이전은 물리적 죽음이 전혀 어른거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40-50이라는 전이기를 지나면 죽음은 우리 곁에 있고 언제든지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이것을 느끼는 것은 공포이기도 하지만 축복이기도 합니다. 이제 삶을 더 질적으로 살아야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시기니까요. 이것은 자기(self)를 질적으로 발견해 나가라는 신호가 아닐까요? 전에는 몰랐지만, 이제 나의 아내가 더욱 소중하고, 그냥 듣던 음악도 다시 들어보니 의미가 남다르고, 바람소리와 나뭇잎 부딪는 소리도 실존의 울림으로 들려오는 그런 시기가 이제 되었다는 것을 꿈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이 때의 삶은 죽음조차도 삶의 연속의 일부로 품을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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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족을 덧붙이자면, 님께서 저승사자를 만나는 공포스러운 순간에 도움을 손길을 구하는 대상이 어머님인 것을 보면, 평소에 어머니를 깊이 자주 생각하시는 것 같군요. 즉 님의 삶에서 어머님이 차지하는 면이 다른 어떤 대상보다도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군요. 이 때 어머님은 죽음이라는 공포에서 나를 구출해 주는 구원론적 힘을 가진 분이구요. 이 꿈이 보여주는 님의 삶과 죽음 저편의 세계는 참 소박합니다. 삶 이후의 죽음은 그냥 죽음의 강을 저승사자와 건너는 것이고 이러한 공포를 벗어나는 것이 어머니라는 나의 근원에 호소한다는 점에서요. 어머니를 벗어난 저승사자와의 여행은 "terra incognita" 즉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땅 (an unknown land)을 향한 공포의 행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