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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눈

작성자 뜬구름 게시물번호 -562 작성일 2004-05-10 02:45 조회수 2200

 

                 오월의   눈

 

 

     지친 몸, 나무 등걸에 기대 세우고

     잠시 서서 숨 고르며 뒤 돌아 보라.

     밟고 온 길 마다 

     묻힌 듯 빛나는 옛날의  금잔디.

     눈물 흠뻑 먹고 푸릇하니 누워있는

     들판을 보라.

     한숨 거두고 지긋이 내려다 보면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어디 있는가?

     그렁한 눈 들어  하늘을 보라.

     봄  내음에  연한 꽃잎,

     서러움이 터져 창백한 눈발,

     서로 상처 받으며 말 없이 나린다.

     커다란 꿀밤나무 아래 새 순이 돋는데,

     진실로 진실로 실종을 꿈 꾸면

     오월의 하늘 가득 덧없어 눈이 나린다.

     흉진 가슴 쩌억 열어 젖히며

     참담하도록  눈이 퍼붓는다.

     눈물을 거두고 보라.

     눈 나리는 오월에도

     하필이면 꽃이 피고 바람 불고 새가 날고

     맑은 햇살은 여전히 꾸벅 꾸벅 졸고 있다.

     보기 좋더라,  그러 하더라!

     아,  정말이지 죽고 싶더라!                              ( 2004.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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