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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게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683 작성일 2004-08-06 22:41 조회수 1636

詩에게


나도 한때는,
세상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불행(不幸)의 칠판 위에 행복을 쓰던,
투명한 혼(魂)의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지금은 아무 것도 꿈꾸지 못하는 기억(記憶)이 되어,
날마다 내가 보는 세상의 기록만을 담담히 주장할 뿐이지만
그래도 간혹 당신은 뭇 인생(人生)들이 뿜어내는 땅 위의 찬바람을 뛰어넘어,
노을의 붉은 속을 거니는 검질긴 아픔으로 내 앞에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제, 영혼의 중심점(中心点)을 싸고 도는 당신의 힘찬 선회(旋回)를
스스로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내 마음을 슬픈 휴식으로 이끄노니,
쇠약과 선망의 가슴으로, 줄어든 지상(地上)의 날들 위에
나의 마지막 시간에나 걸어봄직한
애달픈 소망 하나 풋풋하게 써보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한 후(後),
이런 어줍은 짓을 한지도 꼭 반 평생이 흘렀습니다

오직, 부끄럽기만한 삶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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