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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에는 ‘한산’을 봤고, 다음 주 금요일 저녁에는 ‘비상선언’을 볼 예정이다. (비상선언은 별로 재미없다는 소문이 있어서 조금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두 영화 다 늘 가던 동네극장이 아니라 집에서 32 km나 북쪽에 떨어져 있는 씨네플렉스로 가야한다. 전 좌석을 비행기 일등석 수준으로 개조한 우리 동네 극장하고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옛날식 극장이다.
GPS 를 찍어보니 와잇머드트레일과 안서니핸데이 드라이브 (도시순환고속도로)를 타야 하는데 소요시간이 26 분이나 걸린다.
둘이 가서 팝콘과 팝을 살 요량이라면 패키지 표를 미리 구입하는게 훨씬 저렴하다.
극장표 두 장 + 중간사이즈 팝콘 + 중간사이즈 팝 두 개가 포함된 패키지패스가 32 불. 버터타핑은 따로 돈 내야한다. 2 불 65 센트.
Costco 에서 구입할 수 있다. 예전에는 AMA 에서도 팔았는데 AMA 에서는 극장 패키지패스를 더이상 팔지 않는다.
영화 한산은 1592 년 발발한 조일전쟁(Imjin War) 초기 해전을 다룬 전쟁영화다. 한국에서는 7 월 27 일 개봉했다고 한다. 즉 본토에서도 개봉한지 얼마 안된 영화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 본토 개봉일 7 월 27 일 역시 전쟁과 관련된 날이었다. 한국전쟁 정전기념일이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이 날을 정전기념일이라고 부르고 조선과 중국에서는 승전기념일이라고 부른다.
어느 한국매체에서 이 날을 종전기념일이라고 썼던데, 한국전쟁은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전쟁(war)이 아닌 전투(fire)가 정지되었다는 의미의 정전(cease-fire)이 되었을 뿐이다. 전투와 전쟁의 戰자가 똑같아 헷갈리는 모양이다.
어쨌든
이 영화 ‘한산’ 무지 재밌다. 두 시간 십 분 금방 지나갔다.
해전영화는 늘 재미있는데, 선체충돌과 원거리 함포사격이 함께 어우러진 16 세기 해전영화라 더 흥미진진하다.
고대 해전영화는 충돌과 백병전만 주로 있고 현대 해전영화는 원거리 함포사격이나 토피도 공격만 있는데 16 세기 해전영화는 이 두 가지(선체충돌과 사격)를 다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영웅이나 악인을 극단적인 형태로 부각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촌스럽지 않다.
이순신을 완벽한 영웅으로 그리기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한 전술의 달인정도로 묘사한다.
원균을 천하의 잡놈으로 격하시켰던 다른 영화나 소설과는 달리, 다소 오만하고 무모한 지휘관 정도로만 남겨둔다.
일사불란한 중앙집권체제였던 조선과 독립된 다이묘들간의 협조와 알력이 공존했던 일본의 각각 다른 군사지휘문화의 차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전쟁은 어떤 전쟁입니까” 라고 일본군 포로가 질문하자 이순신은 “나라와 나라의 전쟁이 아니라 의와 불의의 전쟁이다” 라고 답변하는 장면이 있는데,
보는 이에 따라 이 대화가 마치 80 년대 카세트테이프 맨 뒤에 붙은 건전가요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너와 나는 국적을 초월한 가치동맹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하는 장면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순신 역은 영화 남한산성에서 인조역할을 한 박해일이 맡았다. 지금까지 내가 본 이순신 역할 중 가장 ‘사실’에 가까운 현실적인 인물연기를 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평가라는 단어대신 추정이라고 쓴 이유는 내가 이순신이 정확히 어떤 인물었는지 알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반가운 얼굴은 범죄도시에서 장이수 역할을, 넷플릭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순대국장수 인권 역할을 맡았던 박지환이었는데, 한산에서는 함선설계를 담당했던 군관 나대용으로 연기한다.
2015 년 ‘명량’이라는 해전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극장에서는 아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전일본항공(ANA)에서 봤다.
조일전쟁 해전영화는 명량에 이어 두 번 째인데, 둘 다 볼만한 추천영화다.
명량(1597) - 한산(1592) - 노량(1598)으로 이어지지요. 실제 역사와는 순서가 다릅니다.
마지막 작품인 노량:죽음의 바다에 이순신 역에는 배우 김윤석이, 요시히로 역에는 배우 백윤식이 주연으로 캐스팅 되었습니다.
그 밖에 정재영이 명나라 장수 진린으로 출연하고, 허준호, 주석태, 여진구 등이 출연합니다.
김한민 감독은 3부작 이전에도 최종병기:활 이라는 영화를 통해 감독으로써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최근에 저도 Westhill에 위치한 Cineplex를 방문하여 한산을 관람햇는데요, 영화 상영중에 가족끼리 다른 관람객들의 집중을 방해할 정도로 시끄럽게 대화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앞좌석에 다리를 올려서 해당 열에 계신분들의 눈쌀을 찌뿌리게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조금 보기 안좋았습니다. 더 좋은 관람 문화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최민식하면 신세계 강과장만 떠 오르고 김윤식하면 황해 면사장만 떠 올랐는데,
최민식은 명량에서 김윤식은 남한산성에서 image 가 많이 바뀌었어요.
노량은 이순신이 전사한 마지막 해전인데 김윤식이 어떤 연기를 펼칠지 기대됩니다.
한산에서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을 했던 변요한은 내가 전혀 모르는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였던 인물이었어요.
근데 거북선의 충돌작전은 픽션이라고 하는군요.
백병전에 약한 조선수군의 기본전술에 접근전은 없었다고 합니다.
근데,
광화문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면 이순신이 왼손잡이인데 (칼집을 오른손으로 잡고 있으므로), 영화에서는 다 오른손잡이로 나오는군요..
명량을 일본 비행기 ANA 안에서 봤다는 걸 기억하고, 그 기록을 여기 남겼을 거라고 믿고 찾아보니 진짜 남겼네요.
사진들은 다 사라졌지만..
https://cndreams.com/cnboard/board_read.php?bIdx=1&idx=7977&category=&searchWord=clipboard&page=28
문득 생각난건데 정말 옛날에는 장군들이 항복할 때 칼집을 오른손에 쥐고 했는지 구글링 해봐야겠어요.
이 동상을 언제 만들었나 찾아보니까 1968 년 4 월 27 일에 건립한 걸로 나오네요.
4 월 27 일은 아마 이순신 생일 이브일 겁니다.
매년 4 월 28 일이면 이런 노래를 불렀지요.
보라 우리 눈 앞에 나타나는 그의 모습 ......
동상을 건립한 주체는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단체였습니다.
뭐 하는 단체였고 누가 칼집을 오른손으로 잡게 만들었는지 조사를 해 봐야겠습니다.
1968 년은 박정희가 헷도가 되어 애국주의를 고취시키고 독재를 강화했던 해 였지요.
1.21 사태가 그를 그렇게 변화시킨 계기가 되었는데, 684 부대를 만들고 예비군을 창설한 것도 다 이 무렵입니다. 그 해 12 월 5 일에는 일제 강점기 때 총독부가 만든 교육문서를 베껴서 국민교육헌장이라는 것을 반포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달달 외우게 하는 등 여러 사건이 있던 해 였습니다.
광화문에 있는 수상쩍은 동상도 그런 바람을 타고 만들어졌을 겁니다.
차분한 연기가 기억납나다만 영화 한산에서의 연기가 궁금하네요.
저는 아직 못봤습니다.
물론 공화당이나 박정희가 원대한 포부를 갖고 퍼즐 맞추듯 그렇게 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세상 살아가는데에는 무수한 변수와 우연이 생기니까요. 1.21사태도 독재가 강화되는 변수 중에 하나였지요.
넷플릭스에 떠 있으니 들어가서 어떤 연기를 하나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