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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도 용서가 되는 식당들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19917 작성일 2026-05-02 15:48 조회수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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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옥

 

1946년에 개업한 우래옥은 을지로 4 가에 있다. 평냉은 우래옥, 함흥냉면은 오장동 흥남집, 냉면 매니아인 부모님을 따라 어렸을 때부터 다녔던 단골집들이다. 

80년 세월을 품은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치 70~80년대 고급 레스토랑에 온 듯한 특유의 중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드레스 셔츠에 넥타이를 맨 정중한 직원들의 응대는 이곳이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을 넘어 하나의 전통을 이어가는 품격있는 문화공간임을 느끼게 한다. 

을사늑약 1년전인 1904년 개업한 이문설농탕이나 중일전쟁이 발발했던 해인 1937 년 개업한 청진옥과 함께 서울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노포 중 노포다.    

우래옥의 냉면은 흔히 말하는 ‘맹물 같은 평양냉면’과는 결이 좀 다르다. 맛이 진한 편이다. 평냉매니아들에게는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한우만을 사용하여 우려낸 육수는 진한 육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간이 어느 정도 되어 있어 평양냉면 특유의 슴슴함이 낯선 초보자들에게도 어렵지 않은 집이다.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의 식감은 씹을수록 구수한 풍미를 내며, 육수와의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주말이나 점심시간에는 대기가 100팀을 넘어가기도 한다. 테이블링(Tabling) 앱을 이용해 원격 줄서기를 하거나, 오픈 전 미리가서 현장 대기를 등록하는 것이 좋다. 

예약은 고기를 주문하는 4 인 이상 단체만 가능하다. 문제는 로밍을 해서 한국에 간 경우 010 전화번호 등록이 안되는 바람에 대기번호를 전송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지 지인의 010 전화번호로 대신 번호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가격은 또 올랐다. 평냉 18,000 원. 둘이 가서 평냉 두 그릇과 불고기 2인분을 시킬 경우 13만원을 훌쩍 넘긴다. 환율이 오른 점과 팁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캐나다 냉면값보다 비싸진 셈이다. 

 


진주회관

 

1962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시작해 서울로 올라온 이곳은 3대째 내려오는 64년 전통의 노포다. 보통의 콩국수가 계절 별미라면, 진주회관의 콩국수는 사계절 내내 주인공 대접을 받는 이곳의 정체성 그 자체다.

누군가의 소개로 2 년 전 쯤 부터 들락거리기 시작한 이 집 콩국수의 특징은 비교 불가한 묵직한 농도. 

콩국물은 국물이라기보다 크림이나 푸딩에 가깝다. 강원도 일대에서 재배한 황태(노란콩)만을 사용해 껍질을 완전히 제거하고 곱게 갈아내어, 입안에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실크처럼 매끄러운 식감이 매력이다. 

테이블에 소금이나 설탕 그릇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완벽하게 간이 맞추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마치 땅콩가루를 섞은듯 고소함의 밀도가 워낙 높아 한 입 머금으면 진한 풍미가 뇌리에 박힌다. 콩국수 팬이 아닌 내가 16,000 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갈때마다 이 집을 찾는 이유다. 

콩국수의 고소함이 자칫 느끼함으로 다가올 때 쯤, 1인당 한 접시씩 나오는 달짝지근하고 매콤한 겉절이 김치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 김치 맛 때문에 콩국수를 먹는다는 단골이 있을 정도다.

이 집은 일반 소면이 아닌, 감자 전분을 섞어 뽑아낸 노란빛의 중면을 사용한다. 시간이 지나도 잘 불지 않고 쫄깃한 식감이 진한 콩물과 무척 잘 어울린다.

점심시간에는 시청, 서소문 일대 직장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웨이팅없이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오전 11시 이전이나 오후 2시 이후 방문을 추천한다. 그 맛의 뛰어남 때문인지 국수와 국물을 한 점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먹게 된다. 



바다횟집(삼척항)

 

삼척까지 KTX를 타고 갈 수 있다. 일단 서울역에서 신형 KTX 이음을 타고 강릉이나 동해로 가서 부전(부산)행 KTX나 ITX로 환승해 삼척으로 가면 된다. 

삼척에서 곰치국을 처음 먹어봤다. 삼척항 근처에 유명한 곰치국 식당들이 많다.   

삼척 곰치국의 핵심은 바로 묵은지다. 맑게 끓이는 다른 지역과 달리, 잘 익은 김치를 썰어 넣어 칼칼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김치의 산미가 곰치의 비린맛을 완벽하게 잡아준다.

곰치살은 씹을 새도 없이 입안에서 녹아내린다. 처음 드시는 분들은 이 '흐물흐물함'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후루룩 넘어가는 그 부드러움이 곰치국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곰치 뼈에서 우러나온 깊은 맛과 김치의 개운함이 어우러진 국물은 속을 확 풀어준다. 뜨거운 국물을 먹고 “시원하다"라는 감탄사가 왜 절로 나오는지 이해가 가는 맛이다.

삼척에서 곰치국으로 속을 풀고 죽서루에 올라 오십천을 내려다보았으니, 조선시대 선비들도 즐기지 못했던 풍류코스를 제대로 밟았다고나 할까? 

 

조선시대는 커녕 불과 수 십 년 전만해도 곰치국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부들이 잡히는 족족 도로 바다로 버렸던 이 생선이 귀인취급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0 년대 이후다. 지금은 한 그릇(1인분)에 20,000 원을 넘나드는 비싼 메뉴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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