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에서 최고 코믹한 사진은 장하나 의원이 박근혜 물러가라는 일인 시위에 맞서 새누리당의원 단체로 주목을 불끈 쥐고 데모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의 쇼는 "백당일"이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가장 극적인 순간을 담은 사진은 수색영장없이 체포영장만 갖고 28명의 철도노조 간부를 체포하려고 경향신문 사옥을 망치로 깨고 들어가는 순간을 찍은 사진입니다. 이 망치사건이 아니었다면, 궁국적으로 노조지도부 다 잡아들여서 족치고 타협이고 뭐고 없었을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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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깨고 진입하는 경찰병력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1층 현관 유리문을 열기위해 장비를 든 소방대원들이 투입되어 경찰이 노동자들이 막고 있던 유리문을 깨고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하지만 집주인인 전국지 경향신문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분께서" 원하신다는 것을 아시는 경찰님들께서 5천여명을 동원해서 사옥을 샅샅이 뒤졌지만, 철도지도부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5천대 28! 이것은 "그분께서" 하나도 원칙이요, 둘도 원칙이요, 셋도 원칙이라 하시면서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이라 하면서 밀어부치신 결과입니다.
이 모든 장면을 국민들이 지켜봤고, 여론은 급격히 철도노조를 향했습니다. 그래서 "그분께서" 원칙을 내세우시면서 민영화 작업을 밀어부치려 했지만, 시청에 모인 10만의 함성은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아마도 "그분께서는" 철도만 잡고 올 2013년을 보내면, 인천공항 등등 민영화라는 줄줄이 인공 파도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판단하셨던 것같습니다. 그런데 내년엔 선거도 있는데 올해처럼 밀어부칠 수는 없겠죠. 노동자들이 단결했고, 학생들이 각성했고, 또 새로운 재야운동이 꿈틀거리니까요. 혹시 압니까? 야당이 승리하면 새로운 정국으로 바뀔지요. 삽질로 빚진 나랏빛이 철도적자보다 훨 많다던데요.
이미 사회 변화의 전환점(turning point)은 망치로 유리를 깨부순 그 순간에 시작되었습니다. 올 한해의 정치는 국정원이 했고, 그래서 선량하고 순박하고 착하고 바르게 사는 국민을 종북주의자로 몰아가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새로운 사회운동의 발전 가능성을 올해의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들어서면서 재야인사들이 많이 제도권으로 들어가서 재야는 거의 죽었었습니다. 학생운동 역시 이런 사회 정치적 기조하에서 사회운동(social
movements)의 전통 또는 맥을 제대로 잇지 못했습니다. 그 득을 이명박 정권이 보았죠. 조직적인 재야운동이 이명박 때는 전무했습니다. 이씨정권이 촛불시위로 위기에 봉착한 적도 있지만, 명박산성으로 방어도 그런대로 하셔서 삽질을 완성하셨으니 상당한 수익정부였습니다. 그런데 박씨정부는 이러한 다 죽어가던 재야세력과 사분오열된 노동계를 하나되게 하였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도 다시 힘을 모았고, 수많은 학계, 종교계 등등에서 릴레이 시국선언을 하였습니다. 국정원 발 무서운 종북만들기에서 부터 철도민영화까지 모든 것을 자기들 주도로가려고 했는데, 오히려 이것은 새로운 사회운동의 씨앗을 배태시켰습니다. 그 상징적 형태가 바로 시청에 운집한 10만 국민들의 분노였습니다.
박씨정권이 올해와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사회적 갈등은 증폭되고, 이른바 바람불면 흩날리는 낙엽처럼 통제하기 쉬운 대중도 꿈틀거릴 때가 있다는 것이죠. 보통 사회를 극단적으로 만든 쪽은 힘이 있으면서 배타적인 쪽입니다. 한국에서는 누가 뭐래도 반공주의자들과 수구보수세력들이 사회를 갈등과 분열, 그리고 극단으로 몰고 갔습니다. 그들이 명심할 것은 이제 종북주의 약빨은 많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기들이 북녘닮기를 하는 꼴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그분께서 "밀리면 안된다"는 오직 그 원칙적 신념으로 대통령직 물러나라는 수모까지들어오시면서 그동안 1년을 버텨오셨는데, 국정원불법선거개입이 얼마나 거대했으면 그런 수모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오셨을까요.
이제 2014년의 과제가 딱 하나 남았군요. 국정원불법선거 진실 캐기
아마 원칙을 좋아하시는 원칙님께서 원칙적으로 해결하시겠죠.
그런데요, 망치사건이 재연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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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28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분쇄! 철도파업승리!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시청 앞을 가득 채우고 있다.ⓒ김철수 기자
가난하고 힘없는 궁민을위한 정부가 자리잡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친일친미는 그들이 말하는 종북과 다를게 없습니다. 완전 닮은 일란성쌍둥이이죠.
망치로 깨부쉬며 모든것을 물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사악한 심보. 모든 독재자들의 공통점이죠.
사회운동이 박근혜의 극단적인 정책 덕분에 새로 기운을 얻을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재야운동은 재야운동으로 남아야 된다는 입장입니다. 재야운동은 자기 희생이 기본적인 바탕인데 이것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아직 정리가 안된 상태지만, 큰이야기 또는 큰이념에서 작은 이야기, 작은이념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야겠죠. 안철수의 청춘콘서트는 이러한 가능성이었는데, 결국 안철수가 정치권으로 들어오면서 이러한 작은 이야기들이 서로 엮여지는 것이 흐지부지 되었다고 봅니다.
윗글에서 문맥이 안맞아 뺐는데, 통진당은 급진적인 사회운동의 제도권진입의 표현인데,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그럴 때는 아닌 것같습니다. 그런데 국정원의 이석기 내란음모만들기와 새누리당의 통진당 해체시도는 어쩌면 거시적으로는 사회운동에 반가운 소식인지도 모릅니다. 극과극은 통한다는 말은 이것이 서로 공생관계(symbiosis)를 형성하는 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통진당같은 당이 있어야 마녀사냥거리가 있는데, 아예 와해시키려고 하고 있으니 만일 해체되면, 극우와 극좌의 공생거리가 사라져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 두고두고 종북좌파로 울궈먹을 대상을 잘라버리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통진당이 해체되지 않더라도 이미 그 공생관계는 끝난 것같습니다.
딴걸 안바라고 민주주의 원칙만 지켜주면, '민주주의라는게 원래 다 그런거다'며 위안하며 살겠습니다만, 그 원칙을 지키지 않는데도 48%가 지지한다하니 어째야 하는지 난감합니다. 근데 원칙, 원칙하며 박근헤따라 다니는 분들, 선거부정은 어떻게 참아내시는지 그것도 참 희얀한 싸이콜로지입니다.
여튼 새해복 많이 받으시구요, 내년에는 대통령 사퇴요구한다구 동료의원 제명시켜야 된다는 정신이 돈 정당이 좀 망해가는 징조를 보았음 합니다. 이거 소박한 소망 아닌가요? ㅎ
공기업도 개혁을 해야하는 건 당연하지만 공기업 사유화가 개혁은 아닙니다.
첫째,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민노총과 심지어 한노총까지 파업지지를 선언하고 학생들까지 참여한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의 한국의 정국이 \"극적 변화\"(dramatic change)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했는데, 그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종교적 용어로 말한다면, 이것은 극적 기대는 크지만 쉽게 현실화되지 않은 묵시론적 기대(apocalyptic expectation)입니다. 저는 운동권에 적을 둔 적은 없지만 1987년 6월 항쟁 때, 밤새워 데모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길에서 밤을 꼬박 새고 새벽에 걸어서 집에 돌아갈 때, 걸어가는 모든 사람들이 손을 들고 \"독재타도\"를 외치며 데모하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환시/환청을 경험한 적 있습니다. 10만 대중을 보면서 철도노조가 쉽게 정치투쟁으로 전환되리라는 기대를 우리가 할 수 있었을 것인데, 그것은 현실을 간과한 기대였다고 봅니다.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바라는대로의 극적인 변화가 쉽게 현실화되리라는 강한 믿음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그러므로 이로 인해 우리는 철도노조를 비난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선호하는 신문이나 정보창구를 통해 선택적으로 우리에게 인식되는 것을 바탕으로 사태를 파악하면 모든 한국국민이 마치 철도노조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우리가 기대한 만큼 대중의 지지가 전국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시청 앞에 모인 사람들의 10만은 큰 숫자이긴 하지만, 그것이 일반 대중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국선언에 참여하면서 아주 작은 모집단이지만 그런 경험을 제 나름대로 이번에 했구요. 철도노조는 시간이 자기들 편(time on its side)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시간은 항상 제도권의 편입니다. 어떤 형태든 시간의 지연은 박씨정권의 편인데, 연말연시에서 1월 9일(?)로 예정된 총파업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동력 및 대중적 지지를 철도노조는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대중이 망치사건으로 철도파업에 비교적 공감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박씨정권 퇴진이라는 정치 이슈로까지 공감을 많이 보낸 것은 아닙니다.
셋째,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의 철도파업이나 박근혜 퇴진 운동이 혁명운동이 아니라 사회개혁운동이라는 것입니다. 사회개혁 운동은 시간이 필요하며 전반적인 대중들의 점진적 지지를 통해서 이뤄집니다. 이번 철도파업은 이러한 전반적인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정치투쟁으로 직접적으로 연계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대치 상황에서 두려움에 떤 집단은 박씨 정부가 아니라 새누리당이었습니다. 박씨의 유신잔당들이야 이번에 해먹으면 그만이지만, 새눌당은 앞으로도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정치정당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시청앞 집회는 힘을 가진 정치권을 향한 \"상징적 연설\"(symbolic speech)로서의 의미가 컸습니다. 물론 묵시론적 전망은 구체적인 사회적 실천행위로 갈 수 있듯이, 이번 10만 대중이라는 상징적 힘이 박근혜의 유신잔당과 직접적 충돌로 이어지면 얼마든지 정치투쟁으로 현실화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제 소박한 판단으로 보자면, 이번 협상에 끌려간 측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민주당에 있었습니다. 그 동안 대사회적 활동은 물론, 제도권 정당으로서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한 민주당은 이번 협상을 통해서 나름대로 리더쉽을 발휘하고자 했는데, 반민영화 협상과 국정원 개혁 협상을 동시에 해버린 바람에 김을 빼 놓았습니다. 이를 통해 민주당은 역시 살신성인하는 정당이 아니라 언제든지 야합하는 정당임을 진보적인 진영에 깊이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협상은 새누리당에겐 명분을 주었고, 민주당엔 아무런 reward가 없는 결과가 돼버렸습니다.
넷째, 새해가 밝았듯이, 이제 새로운 시작입니다. 박근혜는 올 한해도 공포정치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고를 스스로 했습니다. 이것은 이번 협상에 대한 명분 쌓기일 수도 있고, 진짜 극렬한 파시스트적 형태로 나가겠다는 징후를 드러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고삐 풀린 망아지의 모습이 길들여질 것인지의 여부는 박씨정권에 대한 올해의 대중의 비판적인 역량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사회개혁운동에 실패란 없습니다. 우리는 그 고삐를 다시 잡았고, 이 망아지를 어떻게 다시 길들이느냐 하는 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죠. 그 출발점은 고립무원의 망망대해에서 박원순 일병을 어떻게 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박원순\" 구하기로 표현한 이것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사회적 변화가 이뤄지려면 훌륭한 지도자(들)의 지도력, 이를 따르는 사람들 또는 지지자들의 확실한 지원, 그리고 제대로 조직화된 조직입니다. 가령, 민주당의 경우엔 이 세가지가 모두 빠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민주당의 지도력만 탓한는데, 지지기반이 약한데 어떻게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반대로 새누리당은 지도력이 거의 없는데도 지지기반이 튼튼하니까 맹돌이맹순이 짓을 해도 이 \"조직\"이 별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안철수는 지지력은 갖췄지만 지도력과 조직력이 미비하므로 여전히 미지숩니다. 박원순 시장 재선은 사회운동의 지도력, 지지력, 그리고 조직력 모두를 실험할 수 있는 실험대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에도 언급했듯이, 어떤 특정 시점에서 우리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축하할 수는 없습니다. 순간순간 우리는 작은 민주주의를 celebration해왔고, 올 한해도 그래야 된다고 봅니다. 우리는 박정희의 정체가 다름아닌 다카키 마사오였다는 것을 알았듯이, 박근혜는 파시스트임을 계속 인지하고 있다면 민주주의를 향한 꿈은 멈출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박근혜는 다카키 마사오의 딸이며, 유신의 본령이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박씨정권 막장 드라마 Season 1이 시청앞에서 막 끝났을 뿐입니다. 이제 Season 2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역사는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도 기록되는 중입니다. 두손모아 합장. 내사랑아프니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