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9월부터 아이를 프리스쿨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달이면 세돌이 되는 아이이구요, 여기서 태어나 줄곧 한국말만 해왔던 아이입니다.
엄마랑 떨어지는 것도 싫어하는 아인데, 말도 안 통하는 프리스쿨에 보내는 게 과연 괜찮을 까 싶었는데, 정말 힘드네요. 이제 겨우 두 번째이지만, 매번 1시간만에 전화가 와서 아이가 계속 소리지르고 운다고 픽업 하라고 하네요.
선생님도 오늘 세 달 쉬었다가 다시 보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는데요... 아이를 무작정 계속 보내야만 하는 건지, 아니면 선생님 말대로 석 달 쉬어보는 것도 좋을 지, 아니면 2012-13은 취소하고 4살 때 보내는 게 나은지...
참 걱정이 되네요... 영어를 금방 배우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었는데, 정작 애가 말이 안 통하는 곳에 있으니 너무 무서워해서 스트레스 받는 것 같고... 하루 이틀만에 집에서 영어 가르친다고 확 깨우치는 것도 아닐텐데...
혹시 이민 선배님들 중에서 저와 유사한 아이 교육 경험을 하신 분 있으신가요? 아이를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많은 분들이 그저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만 하면 알아서 영어는 잘 하겠지' 라고 생각하시지만 그런 경우는 오히려 소수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많은 아이들이 초기 적응을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고 머리가 큰 어른도 낯선 땅에 외국인만 있는 ESL 클래스에 들어가면 어리둥절 하고 무섭고 말문이 막히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간혹 '어리니까 더 잘배우지 않겠느냐' 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하는데, 그건 그런 어려움을 부모의 지원 하에 잘 넘겼을 때의 이야기지 아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님 아이의 경우에는 프리스쿨에서 말이 전혀 안통하더라도 프리스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 아이도 프리스쿨 처음 갈 때는 '예스/노' 도 못했고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화장실을 가지 못해서 오줌을 바지에 싼 적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아이에게 '프리스쿨은 말이 좀 안통하더라도 가면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들을 할수 있는 곳, 집에는 없는 신기한 장난감이 많은 곳, 또래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할수 있는 곳' 으로 인식시켰습니다. 물론 처음에 울기도 많이 울고 갑자기 집에 가겠다고 해서 저에게 연락이 오기도 했지만 그런 것에 대해 나무라거나 야단을 치지 않았습니다. 그럴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프리스쿨은 뭐 배워서 시험치는 학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가서 애가 즐겁게 놀다 오면 되지 않을까요? 아이가 프리스쿨이 무섭다, 힘들다, 재미없다고 한다면 무언가 원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평소에 외국인 아이들과 전혀 어울려 본적이 없어서 같이 놀줄을 모른다거나, 엄마가 어디 두고 갈까봐 무섭다거나... 이런 경우는 프리스쿨에 아이가 들어가도 집에 가지 않고 옆에서 수업을 지켜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이는 안심을 하게 되고 - 엄마가 나 두고 가지 않는다 -, 그렇게 몇일, 몇주간 지켜보다 보면 아이가 '이제 엄마 없어도 괜찮아' 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사실 아이가 프리스쿨 가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뭘 하는지 말로만 들어서는 모릅니다. 실제로 애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가서 보면 문제의 실마리를 잡기 쉽습니다.
대개의 경우, 말이 안통하는 것 보다는 혼자 떨어지는 것이 무섭다는게 프리스쿨 다니는게 힘든 아이들의 공통점인가 합니다. 중구난방으로 글을 써서 죄송합니다만, 아이를 프리스쿨에 보내고 집에 오지 마시고 옆에서 수업하는 것을 지켜보시는 건 어떨가 싶습니다. 대개의 경우 이 방법이 가장 잘 통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