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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뜬구름 게시물번호 -746 작성일 2004-09-14 02:55 조회수 2102

  

                          칼

 

 

      혼자 넘는 깊은 산 길

      가끔씩 들리는 밤짐승들의 울음소리

      나뭇가지 스치며 바스락 댄다.

      달빛 만으로 길을 찾아 오르는 밤

      오스스한 한기가 살을 파고 든다.

      예민하게 곤두선 신경에

      오금이 저려 길을 재촉한다.

      그때 , 바람을 가르는 소리

      누군가 귀신처럼 앞을 막아 선다.

      난데 없이 검은 두건을 쓴 검객이

      섬광처럼 칼을 뽑아든다.

      달을 등지고 서 얼굴 없는 그 그림자

      어둠을 압도하고 있다.

      한눈에 고수임을 직감한다.

      살기가 흐르고 정적이 맴돈다.

      퇴로가 없어, 도망갈 틈도 없어

      별 수 없다.

      힘껏 발을 벌려 크게 맞선다.

      얼마나 숨길 수 있을까

      내 두려움과 애통함에 창백해지는 표정

      달빛 맞 받으며 훤히 노출되어 있다.

      흐르는 침묵에 목이 마르다.

      등줄기로 피처럼 진 땀이 흐른다.

      움직일수 없다.

      무림에서 그건 바로 죽음 이기에

      미동도 할수 없다.

      마침내 그의 칼이 다시 빛을 발할 때

      바람이 쪼개지는 소리 들린다.

      일격을 당한다고 생각 하면서도

      나는 죽은 나무처럼 박혀 만 있다.

      무슨 이유에서 일까

      그렇게 그가 칼을 거두어 들이고

      까마득한 어둠 속으로 돌아 선 후에야  

      흙바닥에 풀썩 주저 앉는다.

      단지 목숨 부지했슴에 안도 한다

      식은 땀을 닦고 먼지를 훌훌 털어낸다

      분함도 서글픔도 부끄러움도 없다

      당당하게 패하기로 한다.

                                                                            ( 2004. 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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